법원 내부 비리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고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현직 판사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검찰 결정은 자의적 검찰권 행사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6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검찰의 기소유예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 판단은 지난해 12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데 따른 결정이다.
이 전 법원장은 2016년 8월 법원장 재직 당시 소속 집행관 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서울서부지검의 수사가 개시되자,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검찰 수사 상황을 파악해 보고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기획법관이던 A판사 등과 공모해 영장 정보 등을 보고서 형태로 정리해 5차례 걸쳐 임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재판에 넘겨졌다. A판사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재판에는 넘기지 않는 검찰의 재량적 조치다. A판사는 이에 불복해 2021년 11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법원 판단처럼 A판사의 행위가 직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법원 총무과장을 통해 총무과 직원 등에게 집행관 사무원 비리 사건 관련자들의 검찰 진술 내용 파악을 지시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도 인용했다.
헌재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A판사의 직권남용 혐의도 인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 처분은 중대한 법리 오해와 수사 미진 또는 오판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