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호소에도… '읍소' 대신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한 민주당

입력
2022.05.26 17:26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당의 반성과 읍소'를 요구한지 사흘째인 26일. 그에게 동조하는 당내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당 지도부는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 '윤석열 정부 때리기'에 화력을 쏟았다. 투표율이 6∙1 지방선거 승부를 가를 거라고 보고 지지층 결집에 일단 집중한 것이다.


사전투표 D-1… 尹 때리기 집중한 민주당

지방선거 사전투표일(25, 26일) 하루 앞둔 이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비판에 총력을 다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에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긴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21세기 빅브라더'가 되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유세 현장에서도 규탄이 이어졌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인천 계양역 광장 앞에서 "전기∙공항∙철도∙수도 민영화 반대"를 외쳤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서울 신촌에서 "윤석열 정부의 안보는 망각, 외교는 망신, 인사는 망사, 민사는 망생이 됐다"고 했다.


"사과하자"는 박지현... 민주당은 "..."

민주당 지도부는 윤석열 정부 규탄에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박 위원장의 '쇄신 요구'에는 침묵했다. 전날 박 위원장과 공개 마찰을 빚은 윤호중 위원장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은 저녁에 잡혀있던 서울시청 공동유세 일정도 취소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강성 지지층이 모여들며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 냉기류 때문이라는 해석에 보다 무게가 실렸다.

이재명 위원장도 쇄신 논란과 거리를 뒀다. BBS라디오에 출연한 그는 당내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슷한 질문을 받았지만 "선거에 집중할 때"라며 자리를 피했다.


수용할 수도, 안 할 수도... '의도적' 침묵

민주당의 단체 침묵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투표율이 낮아 지지층 결집이 중요한 지방선거에서 '내홍'은 득 될 게 없다. 당 관계자는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 뭉쳐야 할 때"라고 했다.

'사과를 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선거에 임박했을 때 읍소 전략은 국민들이 별로 인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박홍근 원내대표도 "선거 전 보여주기 식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싸늘한 분위기를 고려한 듯, 박지현 위원장도 다소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YTN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내부 총질'이라고 하는 건, 개혁∙쇄신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제가 제기한) '586 용퇴론'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집중해달라"고 했다.

대세는 아니지만 박 위원장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다. 정성호 의원은 "민주당의 반성과 사과는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은 "박 위원장 목소리를 미래지향적 논의를 위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