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57)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김승희(68)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안전처장엔 오유경(57)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을 발탁했다.
3명 모두 여성으로, 윤 대통령이 그간 인선한 정부 고위직 여성(장관 3명과 차관(급) 2명 등 총 5명)과 맞먹는 숫자다. '능력만 보겠다'는 애매한 명분을 내세워 내각 대통령실을 남성 위주로 채워온 윤석열식 인사 기조가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장관과 차관급 여성 3명을 동시에 발탁한 건 윤석열 정부치고는 파격이다.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은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자) 내각'이라 불릴 정도로 남성 편중이 심했다. 국무총리·장관 19명 중 여성은 3명(15.8%)뿐이었고,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가운데 여성은 2명(4.9%)에 불과했다.
이 같은 쏠림 인사는 예고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것을 시작으로 성평등 정책을 역차별로 받아들이는 2030세대 남성을 공략하는 선거 전략을 썼다. 이른바 '이남자(20대 남자) 전략'이었다.
윤 대통령의 소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대선 기간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 성평등 인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에 "자리 나눠먹기는 없다"고 일축했다.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로부터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여성이 (고위직에) 많이 올라오지 않아서"라고 답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면서, 그러면 여성이 태생적으로 무능하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냐"는 비판을 샀다.
며칠 사이 대통령실 기류가 바뀌었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회의장단을 만나 윤석열 정부가 젠더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았다"고 반성하는 태도를 취했다.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26일 "오늘 인사는 윤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는 인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왜 달라진 걸까.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이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해 비판적으로) 쓴 기사들과 국내외에서 받은 지적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도 나온 의견을 차곡차곡 수렴해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부와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최근 압축하는 과정에서 "여성 우선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이남자 전략'을 폐기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젠더 갈라치기 전략'은 대선 승리엔 도움이 됐지만, 윤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통합과는 부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로도 꼽혔다.
박순애 후보자와 김승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으로 임명되면 국무위원 19명 중 여성 비율은 26.3%로 뛰어오른다. '내각 여성 비율 30%'를 목표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 1기 내각과 같은 수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내각 여성 비율(21.1%)보다 오히려 올라간다. 다만 현 정부 차관 및 차관급 인사는 여성 비율이 7.1%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