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박병석, 민주당에 쓴소리... "진지한 자기 성찰에 소홀"

입력
2022.05.26 17:24
86 용퇴론에는 "노·장·청 결합이 필요"
민형배 꼼수 탈당에 "바람직하지 않아"

박병석 국회의장이 29일 퇴임을 앞두고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일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와 3·9 대선 패배에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지적하며 협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올린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도 우회적으로 힘을 실었다.

박 의장은 26일 국회에서 퇴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우리의 정치는 편 가르기와 증오, 적대적 비난에 너무 익숙하다"며 "자기 편의 박수에만 귀를 기울이지는 않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자"고 말했다.

국회의장으로서 그간 중립 의무를 지켜온 박 의장은 이날은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에 대해선 "0.73%포인트 차 석패지만, 패배는 패배"라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에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민형배 의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위해 민주당에서 '꼼수 탈당'한 것에 대해선 "위법은 아니나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내 논란이 되고 있는 86 용퇴론에 대해선 '세대 결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정치권을 포함한 모든 사회는 '노·장·청(노인, 장년, 청년)' 결합이 적절히 이뤄질 때 발전할 수 있다"며 "사회 발전에는 경험과 경륜, 미래를 보는 지혜, 새로운 시각, 참신함을 적절히 갖춘 노·장·청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86세대가 주도해온 민주당 내 세대구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의장 재임 중 여야 간 대화와 타협에 아쉬움이 남는 사례로는 검수완박 법안이라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충돌을 들었다. 박 의장은 "(여야 간 합의한) 중재안은 정치권 거의 모든 단위의 동의와 공감대를 거친 아주 높은 수준의 합의"였다며 "이러한 합의가 한순간에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의회정치는 설 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정치의 모범을 보였으나 일방적으로 뒤집혔다. 참으로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수완박이란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찰개혁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박 의장은 지난 2년간 활동에 대해 "무엇이 국민에게 이로운가, 무엇이 나라에 이익인가만을 생각하고 결정했다"며 "갈 길을 정하면 대화와 타협이라는 협치의 정신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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