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5%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기대"라며 동조했다.
이 총재는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단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통위의 이날 결정에 따라 기준금리는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됐다.
이 총재는 최근 치솟는 물가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달부터 7월까지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 올해 물가 예측은 '상고하저'로 생각했는데 지금 추세를 보면 (물가) 정점이 중반기를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곡물 가격 인상에 따른 높은 물가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초까지는 4%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한은 통화정책의 초점은 물가 안정에 맞춰졌다. 이 총재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물론 상황에 따라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올해 연말 시장이 예측하는 기준금리가 2.25~2.5%로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며 한은 긴축 행보가 더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초만 해도 한은의 연말 기준금리 상한선은 2%를 넘지 않았었다.
그는 "현재 상황은 성장보다 물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게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며 "빅스텝 등 원론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6월과 7월에 나오는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부연했다. 다음 금통위는 7월 13일 개최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단기 금리를 볼 때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되지 말란 법은 없다"며 "금리차가 역전된다고 해도 자본유출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 우리 상황을 볼 때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75~1%로, 시장에서는 향후 두 번의 빅스텝을 통해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7월 중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높은 물가 속 경기 둔화가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해석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물가 상방 위험이 있고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성장률이 2%대 아래로 떨어지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이를 침체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 상방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며 긴축 행보 강화 의지를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