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5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을 섞어 쏘는 무력 도발에 나서자 한미 양국은 각급에서 외교·안보 채널을 총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한미 간 소통을 통해 대북문제에 있어 즉각적이고 단호한 공동대응 태세를 강조한 것이다. 지대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대응도 한미 공조로 진행됐는데, 북한 도발에 한미 군 당국이 공동대응에 나선 것은 4년 10개월 만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긴급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두 장관은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 유지 △대북 억지력 지속 강화 △신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위한 공조에 의견을 모았다.
박 장관은 이어 외교부 내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3월 24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규 결의가 채택될 수 있도록 우방국과 공조를 신속하게 추진해달라"며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 추진을 거듭 강조했다.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도발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한미 공조를 강조했다.
한미 국방채널도 가동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다. EDSCG는 확장억제 전략과 정책을 협의해 대북 대응능력을 극대화하는 소통창구로, 이를 통해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B-1B, B-52H, B-2) 등을 한반도에 집결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으로도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 후 4시간 20분 만인 오전 10시 20분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 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 전날에는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 포착해 실제 발사에 대비해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30여 대가 무장을 장착한 채 활주로에 전개해 지상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실시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가 동시에 준비해서 같이 대응했다는 점이 (문재인 정부와) 차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뿐만 아니라 한미일 3각 공조 가능성도 커졌다. 박 장관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과 통화에서 향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주 내로 한미일 3국 외교장관 전화통화도 추진한다.
한국 북핵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일본 측 북핵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부 아시아·대양주국장과 연달아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 본부장과 후나코시 대표는 한일·한미일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김 본부장은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대사와 각각 통화를 갖고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위한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