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

입력
2022.05.25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은 과거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지만 중국과 국교 수립 후 폐기한 뒤 1979년 이를 대체할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방어용에 한정해 대만에 무기를 제공할 수 있고, 무력 행사에 대항해 대만의 방위력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 수준은 지금 우크라이나처럼 무기 지원에 한정될 수 있지만, 주일미군 등을 동원한 직접 군사개입일 수도 있다. 답은 유사시 미국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

□ 중국 견제를 위한 '립 서비스'일 수 있으나 여러 차례 대만에 대한 직접 군사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이든은 어느 때보다 유사시 대만 파병에 무게를 둔 미국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대만 침략이 조만간, 갑작스럽게 일어날 것 같진 않다. 그사이 중국과 대만, 중국과 미국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험악해져야 중국이 도발에 따른 피해를 감수하고 자국의 이익을 지키겠다는 주판알을 튕길 수 있을 것이다.

□ 중국이 다른 나라와 관계가 나빠질수록 중국 견제망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첨단기술 중심 경제 압박 위주지만 역내 안보 위협이 커진다면 군사동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하원은 이미 트럼프 정부 시절 이런 방향을 추구하도록 권고했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사실상 군사동맹 이상 관계는 한국, 일본을 비롯해 대만, 필리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다. 미국은 인도네시아를 동맹 확대의 1순위로 상정하고 있다. 인도는 이미 미국의 협력망 속에 들어와 있다.

□ 중국이 바이든 한일 방문을 전후해 쏟아낸 대미 비난에 나토의 아시아 확대에 대한 경계가 유난히 많았다. 환구시보 등 언론에서는 게다가 '나토의 세계화'를 꺼낸 영국, 동아시아에서 이런 흐름을 주도할 일본까지 싸잡아 공격한다. 중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 없었을 텐데 안보를 강화하려다 위기를 불렀다며 우크라이나 책임론을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나토 회원국 확대를 우크라이나 침략의 명분으로 삼는 건 푸틴의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이 러시아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된다.

김범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