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고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향해 “잘못했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격전지 국민의힘 후보의 약점에는 공세를 퍼붓는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민주당 심판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많이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당 후보들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염치없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가겠다”며 당 주류인 ‘86세대’ 정치인의 용퇴를 포함한 쇄신안 추진 등을 약속했다. 또 민주당이 소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를 해왔다며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겠다”고도 했다.
싸늘한 민심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지방선거 후보들도 읍소 대열에 합류했다.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권자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오만한 민주당, 기득권이 된 민주당에 대한 심판을 내리시려 한다”면서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며 용서를 빌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을 심판하시더라도 종자가 될 곡식은 남겨달라”며 ‘민주당의 변화를 만들어낼 씨앗’임을 자처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전 대선후보도 박 위원장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읍소 전략에 대한 당내 이견도 감지된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위원장 사과에 대해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선을 그었다. 강경파 초선 김용민 의원은 “사과로는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86세대'인 김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 위원장 사과에 대해 "당과 협의되지 않은 제안을 당의 합의된 제안처럼 예고했고, '내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사당(私黨)적 관점과 표현을 썼다"며 "무한 책임감과 과잉 책임감은 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경쟁 후보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KT 전무 재직 때인 2012년 시가 친척 A씨를 KT 신입사원 공채에 추천한 것을 ‘채용비리 의혹’으로 규정하고 연일 맹공 중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가 A씨를 추천한 것은 김 후보의 검찰 참고인 진술과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라며 김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공정’이란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도, 경기지사 후보가 될 자격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23일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A씨 추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인사 규정에 맞으면 쓰겠지만(채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탈락시키라는 게 제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부정한 청탁’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재명 전 후보 측은 이날 계양을 보궐선거 경쟁자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충남 보령에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후보는 윤 후보가 서울 목동에 살다가 최근 계양구로 주소를 옮긴 것을 두고도 "가짜 계양사람"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