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총재 “자산 뒷받침 안 된 가상화폐, 다단계 피라미드 사기”

입력
2022.05.24 16:45
최근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 폭락 표적 삼은 듯
드갈로 佛중앙은행 총재 "가상화폐, 신뢰 잃어"


“자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은 다단계 피라미드 구조와 같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각국 경제 수장들이 최근 가상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붕괴 사태를 두고 작심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특히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가치가 사실상 제로(0)가 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이미 가상화폐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으며 ‘교환의 수단’이라는 화폐 본연의 기능보다 투기의 영역이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다보스 포럼’에서 “최근 스테이블 코인 영역에서 큰 혼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 코인은 (신뢰할 수 있는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면 (달러 대비 가치가) 1대 1로 안정적이지만,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20% 수익을 약속한다면 그것은 피라미드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라미드 구조는 결국 산산조각이 나면서 허물어진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예바 총재가 언급한 ‘큰 혼란’은 루나와 UST를 지적한 것이라고 미국 경제 전문 매체 CNBC는 해석했다. 루나와 UST는 한국인 권도형 대표가 이끄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로, 한때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라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최근 UST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루나도 동반 폭락해 사실상 ‘데이터 조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루나와 UST의 대폭락을 두고 ‘가상화폐판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라고 평한 바 있다. CNBC는 “IMF 총재가 UST의 대실패가 (가상화폐) 시장을 붕괴시켰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이날 다보스포럼에서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쓴소리가 줄을 이었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시민들이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믿을 만한 지급수단이 아니다. (화폐라면) 누군가 가치를 담보해줘야 하고 보편적인 교환 수단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가상화폐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세타푸트 수티와르나루에푸트 태국 중앙은행 총재는 “가상화폐를 지급 수단으로 보고 싶지 않다”면서 가상화폐를 두고 “교환 수단이라기보다 투자의 대상”이라고 일갈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회의론은 최근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앞서 22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네덜란드 방송에 출연해 “가상회폐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아무 근거도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에게 투자자 보호 규칙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우려하면서다. CNBC는 “라가르드 총재는 일찍이 가상화폐가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에 사용될 가능성을 지적해 왔다”며 이번 발언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