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집결한 盧 추도식, 협치로 이어지길

입력
2022.05.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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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인 23일 여야 지도부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모였다. 퇴임 후 5년 만에 추도식을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권에서도 당정 주요 인사들이 대거 추도식에 참석했다. 닷새 전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이어 보수정당이 야권의 상징적 장소를 적극적으로 끌어 안는 국민통합 행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추도식에 여권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보수정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전례가 있긴 하지만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한꺼번에 찾은 것은 처음이다. 사실 역사적 의미가 큰 5·18 민주화 운동과 달리 봉하마을은 여전히 현실 정치세력과 맞닿아 있어 여권으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곳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추도사에서 “민주당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고 민주당도 추도식 논평에서 검찰공화국과 민주주의 위기를 거론하며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 대한 투표를 호소했다.

이렇듯 야권이 ‘노무현 정신’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여권이 추도식에 대거 참여했다고 해서 과거의 악연이나 적대감이 해소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보수정당의 태도가 국민통합과 협치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권위주의 대신 소탈함을, 지역주의를 넘어 국민통합을, 당파를 초월하여 국익을 추구했던 노 전 대통령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고 적었다. 이런 메시지가 노 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야권과 중도층을 껴안기 위한 선거용 수사가 아니라면 여권 스스로가 권위주의와 당파를 넘어서야 한다. 이런 행동이 뒷받침될 때 협치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