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습니다! 사랑합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도착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이 곳에 모인 이들은 5년 만에 봉하마을을 찾은 '노무현의 동지 문재인'을 환영했다. 문 전 대통령은 가까이서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거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시작되는 오후 2시보다 4시간 이른 오전 10시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도착 후엔 곧바로 8월 말 정식 개관 예정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전시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삶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시민문화의 성장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문 전 대통령은 전시관 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경남 창원시에서 온 박모(37)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다시 봉하마을을 찾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준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40대 남성도 “문 전 대통령이 전시관을 관람할 때 함께 입장해서 둘러봤는데 끊임없이 정의를 추구했던 노무현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 좋았다”며 웃었다.
올해 추도식 주제는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였다. 공식 추도사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낭독했다. 정 전 장관은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했고, 시민들은 “문재인”을 외치며 연호했다.
시민대표 추도사는 전시관 해설사 조규애(61)씨가 맡았다. 조씨는 추도사에서 “매년 이날이 되면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지만 오늘은 마음이 마냥 아프지만은 않다”며 “노무현 친구 문재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객석에서는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고, 문 전 대통령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봉하마을에는 아침 일찍부터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인근에 마련된 500대 규모의 임시주차장 4곳은 오전에 이미 가득 차, 추모객들은 멀리 주차한 뒤 20분가량을 걸어서 이동했다. 재단 측은 1만8,000여 명이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마을 어귀에는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실물 크기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노란색 모자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은 엽서, 배지 등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이 끝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약속을 지켰습니다. 감회가 깊습니다”라며 “아내는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운 세월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참석자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우리는 늘 깨어있는 강물이 되어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처럼” 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