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공식 출범... '국익 극대화'와 '들러리 외교' 갈림길 선 윤석열 정부

입력
2022.05.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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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출범 선언… 정부도 논의 준비 착수
'中 견제 성격' '실효성 의문' 난관 수두룩
"韓 이익 명확히, IPEF 매몰되지 말아야"

새로운 국익을 추구하는 ‘블루오션’이 될 것인가, ‘진영 대결’의 들러리가 될 것인가.

23일 공식 출범한 경제통상협의체 ‘인도ㆍ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대하는 외교가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IPEF는 한미동맹을 한반도 밖으로 확장하는 협력 틀이다. 정부는 이 협의체를 주도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한국의 이익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키워가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IPEF 자체가 미국의 중국 견제 목적으로 태동한 탓에 자칫 주요 2개국(G2)의 블록 경쟁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리 입장에서 발언권을 얼마나 확보할지, 또 뻔히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가 IPEF 연착륙의 조건이다.

미국이 제안한 IPEF는 향후 인ㆍ태지역의 ‘경제안보’ 의제를 포괄하는 핵심 협의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역내 다른 협의체 ‘쿼드(Quadㆍ미국 일본 호주 인도 안보협의체)’의 위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점친다. 애초 폐쇄적 성격이 강한 쿼드는 최근 인도가 러시아 제재 등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한 상태다. 반면 IPEF는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회원국 상당수를 끌어들여 일본, 호주 등 친미 색채가 뚜렷한 쿼드보다 확장성이 훨씬 크다.

정부도 IPEF 출범에 맞춰 바삐 준비에 나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교부 안에 인ㆍ태 전략팀과 IPEF팀을 새로 만들 예정”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제 막 출범한 만큼, IPEF는 무한한 잠재력과 위험 요소가 혼재하는 미지의 공간이다.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ㆍ탈(脫)탄소ㆍ인프라 △조세ㆍ반부패 등 큰 틀의 4대 의제가 제시되긴 했지만, 세부 주제와 운영 규칙은 논의를 해봐야 안다. 본격 가동 전까지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한국에 유리한 의제를 정해 참여국을 규합하는 설득 논리 개발이 필수다.

통상 전문가들은 디지털경제와 공급망, 인프라를 우리가 이익을 꾀할 수 있는 분야로 지목한다. 이들 주제를 고리로 한국이 회원국들 간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재편을 놓고 높은 수준의 통상 규범을 요구하는 회원국과 그렇지 않은 회원국의 의견이 갈릴 때 한국이 ‘조정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최대 걸림돌인 중국의 반발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이 체감할 파급력이 특히 크다. 박 장관은 “IPEF는 중국 등 특정국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이는 외교적 수사에 가깝다. ‘포용성’을 지향하면서도, ‘자유’ 등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IPEF의 지향점부터 모순되기 때문이다. 논의 테이블에 올릴 이슈들도 죄다 미중이 격하게 맞붙는 분야여서 중국이 IPEF를 반중(反中) 연대체로 규정하면 여파는 한중관계에 미칠 수밖에 없다.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다. 가령 아세안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현재로선 IPEF를 통한 시장 개방의 유익이 적어 적극 참여를 주저할 수 있다. 공급망을 비롯한 신흥통상 이슈들을 규범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한 외교 소식통은 “공급망에서 특정국을 배제하는 정도는 몰라도, 품목 하나하나를 어떤 나라에서 조달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국제무역 규범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가 IPEF에 매몰되지 말고, 새로운 통상 환경에 대비한 ‘대안’ 정도로 인식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많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은 “어차피 달라진 환경에 맞는 규범은 필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다른 협의체에서도 같은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미국만 바라보기보다 공감대가 있는 나라들과 의기투합해 국익을 최대화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