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부의 양극화' 심화…30시간마다 새 억만장자 탄생

입력
2022.05.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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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팜,  "고통으로 얻은 이익" 보고서 발표
올해에만 2억6,300만 명 극빈층 전락 예상
"막대한 이익 거둔 기업·부자들에 세금 추가 부과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새 억만장자는 30시간마다 1명씩 탄생했지만, 극빈층은 올 들어 33시간마다 100만 명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현지시간)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개막에 맞춰 "고통으로 얻은 이익(Profiting from Pain)"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매년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억만장자는 모두 2,668명이다. 2년 전보다 총 573명이 늘어난 것으로 이를 시간으로 환산할 경우 30시간마다 한 명꼴이다. 자산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첫 24개월간 이들의 자산 증가치는 이전 23년간 증가분보다 더 많았다. 이들의 총자산은 12조7,000억 달러로, 이는 2년 전보다 3조7,800억 달러나 늘어났다. 이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9%를 차지했다.

세계 10대 부자는 자산 하위 40%인 31억 인구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부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총자산의 99%를 잃어도 여전히 상위 0.0001%였다. 머스크 CEO의 자산은 지난 2년간 699%나 증가했다.

반면 올해 최대 2억6,300만 명은 극빈층으로 내몰릴 것으로 예상됐다. 33시간마다 극빈층이 100만 명씩 새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가브리엘라 부커 옥스팜 총재는 "코로나로 인한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증이 억만장자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줬다"며 "반대로 수백만 명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엄청난 불평등이 동시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심화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억만장자 등을 대상으로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막대한 이익을 거둔 기업들에는 초과 매출의 90%를 초과이윤세로 징수하고, 백만장자에게는 연간 재산세 2%, 억만장자에게는 5%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연간 2조5,200억 달러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옥스팜은 "이를 통해 전 세계 23억 명의 빈곤 구제와 충분한 백신 생산, 저소득·중하위 소득 국가의 보편적 의료 및 사회적 보호 제공 등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