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 "대한민국 외교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윤 의원은 2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미국 대통령이 전직 국가 원수를 만나고 전화하는 모습은 유럽 선진국에서나 있었던 모습"이라며 "먼 나라 이야기가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미국 측이 먼저 이번 통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에 미국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할 계획인데 한국도 가능한지, 퇴임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과 만남이 가능한지' 연락이 왔다"고 했다.
이번 통화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성사됐다는 게 윤 의원의 생각이다. 그는 "임기가 끝난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든지 전화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좋은 친구'라는 표현을 쓴 것을 봐도 문 정부의 대미 외교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대통령이 바뀌니까 국격이 달라졌다'는 발언이 "정말 사실관계조차 모르는, 외교의 ABC도 모르는 무식한 말씀"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은 문 정부 시절부터 조율된 것 아니겠나", "걸핏하면 국민의힘에서는 한미동맹이 파탄났다고 주장했는데, 정말 파탄났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자고 했겠나"라며 반박했다.
앞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도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 "(한미정상회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우리 외교사에서 최초로 방한 중인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전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 이는 매우 의미있는 선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서 통화에 배석했다.
최 전 차관은 통화를 제안한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20일 금요일에 '일정상 (만남은) 어려워 통화라도 하자'는 제안이 왔다"며 "문 대통령과 소통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눴다"며 통화 내용도 전했다. 그는 "저희는 두 분의 만남이 개인적 신뢰를 확인하고 임기 중 성과를 치하하는 정도의 담백한 '초당적인 만남이 되기를 바랐다"며 "통화는 그런 맥락으로 약 십 분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 대북 특사설'은 "엉뚱한 이야기로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무장지대(DMZ)에서 사용된 철조망을 녹여 만든 십자가를 선물하려 했다는 뒷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교황께도 드린 십자가"라며 "직접 선물하진 못했지만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