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盧 추모식' 봉하 총출동... '文, 5년 만에 참석' 지방선거 변수되나

입력
2022.05.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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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盧 추모식' 5년 만에 참석
정부·여당 인사 대거 참석해 '중도 확장' 노려
한덕수 국무총리 '보수 정부' 총리로 첫 사례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등 야권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민주당에선 6·1 지방선거에 앞서 이번 추도식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정부·여당 인사들도 추도식에 대거 참석한다. 여권에선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신하는 장으로 삼겠다는 생각이어서 선거에 대한 유불리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문 전 대통령, 5년 만에 추도식 참석

22일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가 5년 만에 참석한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8주기 추도식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찾아뵙겠다"고 밝힌 후 재임 기간에는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선 이 전 후보를 비롯해 김동연 경기지사·박남춘 인천시장 후보 등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지도부가 봉하마을을 찾는다.

추도식인 만큼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번 행사에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공식 추도사를 낭독하고, 문 전 대통령이나 이 전 후보는 단상에 오르지 않을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 측 인사는 "문 전 대통령은 행사에 조용히 다녀오실 계획"이라면서도 "현장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할 여지는 있다"고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민주당 "이완된 지지층 결집 계기"

정치적 메시지가 없더라도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후보, 이낙연 전 대표 등이 총출동해 고인을 기리는 장면만으로 선거를 앞두고 이완돼 있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 측 시각이다.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추도식 이후부터 민주당이 격전지와 경합지에서 맹추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분출된 지지층 간 분열은 지방선거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4개 여론조사 업체가 16~18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71%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층 84%가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한 것에 비해 응집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서거의 배경에는 검찰 수사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추도식은 야권 지지층에 경각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보수 정부' 총리로 첫 참석... '중도 확장' 포석

정부·여당에서도 이번 추도식에 대거 참석한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해 한 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봉하마을을 찾는다. '보수 정부'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봉하를 찾는다. 정파를 넘어 '국민 통합'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통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승리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많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외연 확장 행보가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각 여론조사 기관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성택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