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반도체, 한미 협력 상징… 尹 정부 ‘경제는 중국’ 자세와 결별”

입력
2022.05.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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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바이든, 한일 중재역 자처 뜻"
日의 2019년 반도체 수출규제 철폐 고려?


일본 언론은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이 외교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이전의 중국 배려 정책에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또 반도체가 양국의 경제안보 협력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선 중국을 의식한 한미 경제협력이 대북 억지력 강화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의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반도체 생산에 협력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쪽 공급망으로 옮기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신문은 두 정상이 20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함께 둘러 본 것을 언급하며 “반도체가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상징하는 제품이 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 "중국에 과도한 배려하던 문 정부 정책에서 큰 전환"

요미우리는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며 북한에도 영향력이 큰 중국에 대해 ‘과도한 배려’를 보여 온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에서 ‘큰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 수출 가운데 30% 안팎이 반도체 제품이므로, “중국이 무역 제한 등 보복조치를 취하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한국 정부 관계자)는 경계감도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도 윤 정부가 “대중국 포위망이라고도 불리는 IPEF에 적극 참가를 표명함으로써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애매한 외교와 결별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한미가 중점적으로 원하는 바가 교차했지만 각자 목적을 위해 동맹 강화를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목적은 중국과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시장과 ‘반도체 대국’ 한국을 연결하는 공급망 강화였고, 윤 대통령이 가장 중시한 것은 미국에 의한 안전보장상의 ‘확대 억지’(확장 억제) 제공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풀이했다. 아사히는 한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과 관계에서 굳이 마찰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 한일 관계 논의에도 관심... 미국 관계 개선 압박에 경계감도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한일 관계를 논의한 점도 주목했다. 아사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에서도 (기시다 총리와 한일관계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미국에 있어 양국이 역사문제 등으로 험악한 것은 골칫거리”라고 보도했다. 윤 정부도 한일관계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가장 큰 현안인 징용 소송 ‘현금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 구체방안은 아직 토론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재역을 자처하겠다는 뜻을 비쳤다며 “무역 장벽을 다루는 방법이 있다. 우리는 매우 주의깊게 보고 있으며 움직일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데 주목했다. 이는 일본이 2019년에 취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때도 한일관계 개선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촉구했다면서 “과거에도 미국의 중재 역할이 반드시 한일관계 개선에 효과를 발휘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미 동맹과 3국 체제를 반석으로’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신문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큰 경제력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이고, 중국과의 연결고리도 깊은 점을 고려하면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이점이 많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미국을 축으로 3국 안보협력을 재구축하는 호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일 관계의 복원이 급선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에 이어 양국 관계를 중재하는 것은 동맹국 사이가 틀어지면 중국 러시아 북한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