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기 위한 ‘정식(full) 후보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절차상 회원국이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유럽 국가 간 협력을 도모하는 별도의 새 정치 공동체를 창설하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EU 가입 신청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우리에게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EU 대신 일종의 ‘대기실’ 개념인 ‘유럽 정치적 공동체’에 먼저 가입할 필요가 있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의 표현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가 EU 정회원 자격 확보에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전에 EU의 곁방에 해당하는 ‘유럽 정치적 공동체’에 가입하기를 열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그것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와 협상이 아니라 유럽과 러시아 간 협상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유럽 정치적 공동체’ 제안은 오는 6월 말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그는 EU를 떠난 영국도 이 공동체에 합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일부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벌써 그 같은 아이디어를 비판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전날 “이미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물에 기반해 작업하는 것이 낫다”며 마크롱의 제안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 직후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흥미로운 방안”이라면서도 “이것이 우리가 이미 오랫동안 작업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가입 절차를 단념하게 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미 수년째 EU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인 터키, 세르비아 등 5개 후보국의 가입 절차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