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일 문재인 정부 시절 추미애 전 장관의 금융·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 폐지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없애야 할 공익적 목적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직접 수사 축소 방침에 따라 합수단을 없앤 추 전 장관의 결정을 오판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서 합수단 폐지를 "서민 다수가 피해자인 금융증권 범죄를 (국가가) 연성(軟性)으로 대처하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준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장관은 조직적 금융·증권 범죄를 '화이트칼라'(지능형) 범죄로 규정하며 "모두 다 적발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국가가 주시하며 강력히 대처할 것이란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런 기구를 없애면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가담할 용기를 주는 것"이라 지적했다.
한 장관은 그러면서 "이런 범죄에 피해를 본 서민 다중은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다"며 "이럴 때 끝까지 (범죄를 수사해) 책임을 묻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장관은 "과거 합수단 폐지에 특별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의에는 "정치적 이유까지 판단할 감은 안 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취임 당일인 17일 '1호 지시'로 합수단 부활을 지시했고, 서울남부지검은 이튿날 곧바로 합수단을 부활시켰다. 합수단은 추미애 전 장관 시절인 2020년 1월 폐지됐다. 이후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대형 금융범죄가 터지자 합수단 부활론이 고개를 들었다.
합수단은 이날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고소·고발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수사에 착수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신호탄을 쐈다.
한 장관의 부임 이튿날 단행된 '윤석열 사단' 요직 독식 논란을 두고 연이틀 한 장관과 민주당은 대립했다. 김병주 의원은 한 장관이 전날 "정치 검찰은 지난 3년이 가장 심했다"며 문재인 정부 검찰 인사를 문제 삼은 데 대해 "특수한 사항을 일반화하는 오류,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오류"라고 주장했다. 이어 "감정이 배어 있다. 마치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하다)"이라며 지적했다. 그는 한 장관을 겨냥해 "일부 장관이 너무 편협하고 오만방자하면서 겸손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