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에너지 축출 위해 3000억 유로 쏟아붓는다

입력
2022.05.19 15:01
18면
EU 집행위 'REPowerEU' 로드맵 공개
"2027년까지 러시아 가스 의존 '0'으로"


유럽연합(EU)이 녹색경제 전환을 위한 새 에너지 로드맵을 꺼내 들었다. 3,000억 유로(약 401조 원)를 투입, 화석 연료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방점은 에너지를 무기로 공존을 위협하는 러시아를 향한 EU의 대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데 찍힌다.

EU 집행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가스 소비량을 기존의 3분의 2로 감축하고, 2027년에는 의존 고리를 아예 '0'으로 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REPowerEU’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를 위해 EU는 미국과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고 역내 국가 공동 에너지 구매 플랫폼을 마련해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로 했다.

대신 신재생 에너지 활용도는 높이기로 했다.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목표율을 45%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 40%에 비해 5%포인트 높인 수치다. 2025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을 기존의 두 배로 늘려 320GW에 도달하고, 2030년까지는 총 600GW를 생산하는 세부 방침도 밝혔다. 실현을 위한 필요 자금은 2030년까지 약 3,000억 유로로 추산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산 화석 연료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한 단계 더 목표를 높였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종속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셈이다. 이어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쟁은 우리 모두가 보는 바와 같이 세계 에너지 시장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며 “EU를 취약하게 만드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끝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카드리 심손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도 "러시아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는 경제적 이익은 REPowerEU에 들어가는 단기적 비용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러시아산 에너지 종속을 탈피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북해를 접하고 있는 독일과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는 205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 규모를 현재의 10배로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 4개국이 해상 풍력발전 규모를 2030년까지 현재의 4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관건은 하나의 EU가 될 수 있느냐다. 최근 헝가리의 반대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핵심으로 한 EU의 대러시아 6차 제재 방안이 무산된 것처럼 에너지 정책은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극명한 이견을 노출할 수 있는 분야다. 이를 의식한 듯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함께 행동한다면 영향력이 커진다”며 “(로드맵이 현실화한다면) 회원국 간 (에너지 확보) 경쟁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