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방문하는 美 바이든 타깃은…‘중국, 경제안보, 북한’

입력
2022.05.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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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20~24일 韓·日 순차 방문
삼성 반도체 공장 방문, IPEF 출범...中 견제
설리번 "北 도발 비상 상황 대비"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 목표는 명확하다. 아시아, 인도ㆍ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인 한일의 손을 잡고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핵심산업 공급망 챙기기로 경제안보,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하는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 개최 등 중국 겨냥 외교안보 포위망 강화도 시도한다. 미국은 또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상황에 대비하면서도 대화와 외교의 공간은 남겨뒀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일정 및 목표 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순방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태 전략을 완전히 보여줄 것”이라며 “21세기 미래의 많은 부분을 규정할 이 지역에서 미국의 효과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십과 관여를 위한 경로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연된 미국의 인태 챙기기, 중국 포위망 강화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일정은 20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방문, 21일 한미정상회담, 23일 미일정상회담 및 IPEF 출범식, 24일 쿼드 정상회의 참석 등이다. 특히 한국 일정의 경우 안보 중심 한미동맹에서 경제, 첨단기술, 공급망 같은 포괄적 글로벌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대 핵심품목 공급망을 점검하고 미국 및 우호 국가 중심으로 이를 재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 이번 삼성 공장 방문은 IPEF 4대 목표 중 하나인 ‘공급망 탄력성 회복’을 상징하는 일정이기도 하다.

일본 일정은 더 노골적으로 중국 압박에 초점을 맞췄다.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지역 안정을 해치는 중국의 행동을 억제하고 대처한다’는 문구가 들어갈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쿼드도 지난해 9월에 이어 두 번째 대면 정상회의 개최로 중국 압박 흐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IPEF 출범의 경우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아태 경제질서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을 밝힌 뒤 참가국을 규합해 온 결과다. 그러나 애초 목표에 미달하는 8개국(미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으로 ‘개문발차’하고 추가로 참여국을 늘려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중국의 경제ㆍ안보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참여 여부에 고심을 거듭하는 데다, 이들을 유인할 만한 관세 혜택 같은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게 IPEF의 한계로 꼽힌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이날 설리번 보좌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리사욕으로 아태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

반면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두 사람의 통화는 지역 안보 문제와 비확산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논의됐다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 역시 이번 바이든 대통령 순방 기간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는 국가정보원 보고까지 나온 상황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모든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동맹에 충분한 방위와 억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데 필요한 장단기 군사대비태세 조정에 확실히 준비돼 있다”라고도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미사일 궤적 추적 등의 임무를 맡는 미 공군 RC-135S 코브라볼 정찰기가 19일 동해 상공을 비행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미국은 실제 북한의 도발 상황 대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장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