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시대,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 세계 154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은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2019년에는 54위를, 2021년에는 61위를 했다. 글로벌 10위 경제대국이며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나라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서를 발간한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우리는 행복의 조건이 좋은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사회적 신뢰, 정직한 정부, 안전한 환경 및 건강한 삶을 포함한다는 것을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당신은 어려울 때 당신을 도와줄 믿을 만한 친척이나 친구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스위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국민은 95%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한국인은 72%만 그렇다고 답했다. OECD 평균은 88%였고, 한국에서 50대 이상은 60%만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를 반영하듯 OECD가 발간하는 '삶의 질 보고서(How’s life in 2020)'의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한 수치에서 한국은 늘 하위를 차지하여 32개국 중 3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고,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서로 도우며, 삶의 질을 높이는 성장이 절실하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이 상승하는데도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측정할 새로운 지표에 대해 제안한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GDP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경제적 가치를 계산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가사노동, 자원봉사, 품앗이 같은 호혜적 활동을 포괄하고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삶의 질도 포괄해야 한다고 말한다. 분배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특히 하위층의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GDP와 1인당 국민소득은 더 이상 경제적인 풍요와 행복을 나타내주는 지표가 아니다. 우리사회의 오랜 믿음이던 성장지상주의는 경제발전을 견인했지만 한편으로는 경쟁과 각자도생 사회라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대다수의 삶은 풍요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 GDP를 넘어 지속가능한 삶과 행복 지표가 필요하다. 새 지표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은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총량뿐만이 아니라 분배의 정의까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GDP의 대안으로 GPI(Genuine Progress Indicator)가 국제사회에 논의 중이며, 국내에서는 '참성장지표'라 하여 경제뿐 아니라 환경, 공동체, 인적 자본, 디지털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화하여 반영한 지표가 제시되기도 하였다.
GDP 중심의 양적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른 만큼, 국가 전체의 성과를 살펴보는 데 환경, 공동체, 안전과 평화 등의 가치를 포함하는 잣대를 도입해보자. 그래서 우리사회의 가치를 성장에서 삶의 질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보자. 새로운 지표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우리가 행복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그러한 지표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진다면, 이를 계기로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경제성장을 넘어 환경을 지키고, 공동체 회복과 연대를,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그런 사회로의 전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