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뉴욕증시 폭락…하루만에 나스닥 4.7%↓

입력
2022.05.19 08:12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실적 부진…인플레 공포
미 연준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도
"닷컴버블 붕괴 때와 비슷하거나 더 심각"

미국 뉴욕증시가 인플레이션 심화 우려 속에 18일(현지시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64.52포인트(3.57%) 떨어진 31,490.0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5.17포인트(4.04%) 떨어진 3923.6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66.37포인트(4.73%) 밀린 11,418.15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S&P 500 지수의 낙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미국 최대 유통 업체인 월마트와 타깃 등이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부진한 실적과 실적 전망을 제시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월마트는 전날 1987년 10월 이후 최대인 11.4% 급락한 데 이어 이날 6.8% 추가 하락했다. 타깃은 하루 만에 24.9% 폭락했다. 아마존(-7.2%), 베스트바이(-10.5%), 메이시스(-10.7%) 등 다른 유통 관련주들도 일제히 떨어졌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데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확산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긴축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방역 조치도 인플레이션 악화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주식시장이 2000년 '닷컴 버블'이 붕괴할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과거 금융시장 버블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이날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에 출연해 "이번 버블은 미국 기술주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2000년 버블과 닮았다"며 "미국 주식에만 거품이 끼었던 2000년과 달리 지금은 부동산, 채권, 에너지, 금속 등 모든 자산 가격이 부풀려져 있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P 500 지수가 전 고점에서 최소 40% 급락해 2880선으로 밀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수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