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해저터널 놨다고 방심 말고, 상·하수도 빨리 놔주오"

입력
2022.05.19 04:30
해저터널 개통 후 인구감소 원산도... '고통 가중'
주민들 "관광 편의시설 보강돼야 주민·섬 정상화"


“벌 떼처럼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주말마다 몸살인데, 섬 인구 줄어든 건 당연하죠.”

충남 보령시 원산도의 박웅규 원산3리 이장은 18일 “전국 각지에서 사람, 차량이 몰리고 그들이 놓고 가는 오물과 쓰레기로 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하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특단의 대책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산도는 2년여 전 태안 안면도 쪽으로 원산안면대교가 놓이고, 지난해 11월엔 남쪽으로 해저터널까지 뚫려 ‘인구가 늘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인구가 줄어 충격을 준 곳이다. 10년이 넘는 터널 공사기간 동안 적절한 채비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주민은 여태 경험하지 못한 고초를 겪고 있다. 관광객도 손님 맞을 준비가 안 된 원산도에서 추억을 쌓는 대신 악몽을 꾸고 가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상·하수도 설치 공사에 속도가 더 붙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사람들이 쉬고, 먹고, 묵고 갈 건물을 올리려고 해도 상ㆍ하수도가 없어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며 “기반 시설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저터널 건설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고, 원산도를 중심으로 한 보령시의 ‘글로벌 해양 레저관광도시’ 육성사업이 윤석열 정부 정책과제에도 반영된 만큼 광역지자체와 관계 부처가 보다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령시는 271억 원을 투입, 2025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섬 내 총 21㎞의 하수관로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하수처리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확보했고, 관로 매설 공사는 지난달 본격화했다. 보령시 관계자는 “매설 작업이 하루 30~40m씩 진행되고 있다”며 “속도를 올리고 싶어도 주말마다 몰려드는 외지인 차량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령시는 공사팀 수를 현재 1개에서 최대 5개까지 늘려 완공 시기를 1년 정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보령시 관계자는 “주민과 토지주는 물론, 궁극적으론 관광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중앙 부처에서 예산을 조기에 집행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비판을 받는 상수도는 하수도보다 여건이 나은 편이다. 일부 지역에선 연말쯤 육지에서 공급되는 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저터널 개통과 함께 터널 입구까지 상수도는 들어와 있고, 터널 개통에 맞춰 도로를 확충하면서 상수도관도 함께 매설했기 때문이다. 섬 전체에 대한 상수도관로 설치 공사는 내년 12월 끝날 예정이다. 그러나 보령시 관계자는 “연결 구간(원의교차로~해저터널) 공사에 속도를 내서 1차적으로 주택 밀집지에는 연 내 상수도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이 24㎞의 상수관로 완공이 내년 12월로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1년가량 단축되는 셈이다.

이 외에도 원산도가 제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선 오봉산 정상의 봉수대 정비 등 부족한 관광 인프라 개발 요구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백도현 보령시 원산도출장소장은 “상·하수도, 관광인프라 외에도 연륙교, 터널 개통 등 원산도에 일어난 큰 변화에 맞춰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농지에 대해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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