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의 개당 가치가 일주일 만에 10만 원에서 1원으로 떨어지는 사이, 루나를 처분하는 대신 오히려 헐값에 사들인 국내 투자자가 최대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루나 가치가 바닥에서 조금만 올라도 한몫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기 성향의 '단타족(단기 투자족)'이 몰린 것이다. 휴지 조각이 된 루나 거래를 용인하며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코인거래소에 비판도 고조된다.
18일 금융당국과 가상화폐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코인 거래소에서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는 지난해 말 약 9만 명에서 최근 루나가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 10일 이후 13일 17만 명, 15일 28만 명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루나는 자매 코인이면서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아 '스테이블코인' 강자로 불린 테라가 개당 1달러를 유지하는 걸 돕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지만 루나와 테라가 동반 하락하면서 루나는 최근 0.01원까지 떨어지는 등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업계는 폭락 직전까지도 루나 투자자는 지난해 말과 비슷한 9만 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10만 원대였던 루나 가치가 지난해 말(약 11만 원)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최근 급락장에서 루나를 사들인 신규 투자자가 최대 20만 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투자자가 갖고 있는 루나 보유량도 지난해 말 400만 개에서 17일 700억 개로 1만7,500배나 뛰었다. 투기적인 단타 거래 급증을 뒷받침하는 통계다.
일확천금을 노린 루나 단타족을 향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루나 하락을 뻔히 보고도 뛰어들어 손실을 낸 투자자까지 보호 대상으로 삼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폭락 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거래를 이용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코인거래소 역시 도마에 오른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 빗썸은 루나가 하락할 때 거래 수수료로 최소 80억 원 번 것으로 추산된다. 업비트, 빗썸은 루나를 각각 20일, 27일에 상장폐지할 예정으로 아직 거래를 용인하고 있다. 다른 4대 거래소인 코빗, 코인원은 상장폐지 계획이 없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루나 단타 시장은 매우 위험하고, 사라져야 할 코인에 찔끔찔끔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어 새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도 있다"며 "근거법이 없어 현재 처벌은 어렵지만 수수료 때문에 당장 거래를 중지하지 않는 거래소를 용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코인 거래소 관계자는 "루나 거래 유지는 투자자가 본인 재산을 스스로 처분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또 루나 프로젝트를 되살리려는 노력을 감안하면 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어 거래를 지속하는 거래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