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께 정치방역을 했는지 정치인이 물어보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문재인 정권 시절 2년 4개월 동안 방역 사령탑을 맡은 정 청장이 퇴임하는 날까지 이어진 정치권의 정치방역 공세에 선을 그으며 비판한 것이다.
이 교수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은경 청장님이 정치방역을 할 분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지요"라며 이같이 적었다.
이 교수는 "질병청이나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의견을 내놓더라도 의견을 받아들이고 정책화하고 실행하게 하는 영역은 어차피 정치의 영역이 된다"며 "이전 정권이나 현 정권이나 질병청과 전문가의 의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역사가 판단하게 되겠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가 재난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성찰을 촉구했다. 이어 "정치방역이면 어떤가요?"라며 "정치와 정치인이 제 정신이어서 국민의 생명과 생계를 지켜낼 수만 있다면요"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등 현 여권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년여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강약을 조절할 때마다 문재인 정권의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해 왔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방역당국을 비판하며 '과학방역'을 주장했다.
정 전 청장은 퇴임한 17일 국회에서도 "(지난 2년간 질병청은) 과학방역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백신이나 치료제는 임상시험을 거쳐 근거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거리두기나 사회적 정책들은 사회적 합의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는 정책이라 그걸 (과학과 비과학이라고) 구별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8일에도 글을 올려 "정 전 청장은 질병청에 발을 들여놓으신 이후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 수준을 몇 단계 이상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고 적었다.
새로 취임한 백경란 청장에 대해서도 "감염학회 이사장 하시기 전부터 학자로서의 품위와 전문가로서의 역량으로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분이셨고 이사장 하시는 동안 코로나19 상황에서 합리적 판단으로 학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으셨던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내는 청장님과 오는 청장님 모두 제가 존경하는 분이어서 아쉬운 맘과 기대의 맘이 교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