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IA와 롯데의 경기.
7-7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KIA의 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0)가 2사 1ㆍ3루에서 3점 홈런으로 팽팽하던 균형을 깼다. 소크라테스는 앞선 1회에도 좌선상을 흐르는 선취 2타점 적시타를 쳤고, 5회와 9회에도 1타점씩 보태는 등 이날 6타수 3안타에 무려 7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15-7 대승을 이끌었다.
이런 반전도 참 드물다. 개막 후 4월까지만 해도 ‘퇴출’ 명단에 오르내리던 소크라테스였다. 그런 그가 5월엔 리그 타율 1위를 찍으며 완전히 반등에 성공했다.
개막 직후 4월의 소크라테스는 처참했다. 24경기(103타석)에서 타율 0.227로 리그 51위에 그쳤다. 이밖에 OPS 47위(0.643) 최다안타 28위(22개) 타점 38위(9점) 득점 12위(12점) 출루율 70위(0.272) 장타율 34위(0.371) 등 모든 공격 지표 순위를 뒤에서 세는 것이 더 빨랐다. 수비에서도 성의없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퇴출 1순위’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5월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5월 15경기(65타석)에서 타율 0.459로 리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OPS(장타율+출루율)과 최다안타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홈런까지 타격 전부문에 걸쳐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4월 부진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는 드물게 도루도 3개(4위)를 보탰다.
소크라테스의 활약과 함께 KIA는 최근 상승세를 타며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시즌 초반엔 나쁜 공에 배트가 자주 나갔다”면서 “지금은 내가 기다리는 공을 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소크라테스의 타석당 삼진 비율은 4월 25.2%에서 5월 11.9%로, 스트라이크 헛스윙 비율도 4월 25%에서 5월 18.1%로 크게 개선됐다. 김종국 KIA 감독도 “기본적으로 스윙 자체가 기복있는 스윙이 아니다. 타석에서 움직임도 작은 편이다”라며 “자심감이 많아 좋아졌다. 거침없이 스윙이 나온다. 국내 투수들의 볼배합에 적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기적적으로 살아나자 팬들은 ‘제2의 버나디나’라며 반기고 있다. 로저 버나디나는 지난 2017~18시즌 2년 동안 KIA에서 활약한 ‘호타준족’의 외국인 타자로, 시즌 초반 고전하다 조금씩 타율을 올려 두 시즌 모두 타율 0.310을 넘긴 ‘슬로 스타터’다. 그는 “(4월에 부진했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면서 “예전 내 성적을 봐도 슬로 스타터라 ‘앞으로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반전 활약과 함께 소크라테스가 타석에 등장할 때 나오는 응원가도 팬들 사이에서 화제다. 트럼펫 연주곡 ‘나르코’(narco) 중 일부를 차용했는데, 단순하면서도 반복되는 음절에 중독성이 있다는 게 팬들의 의견이다. KIA의 승리와 소크라테스의 활약이 이어지자 최근엔 경기 후 이 응원가를 부르며 귀가하는 팬들도 부쩍 늘었다. 소크라테스도 “팬들이 열정적으로 응원가를 불러줘 텐션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나도 숙소에 갈 때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워어어어’라는 응원가가 머릿속에 맴돌 때도 있다”고 따라 부르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KIA팬들이 부진할 때도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 SNS에서 ‘꼭 믿는다’는 메시지를 보내준 팬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속팀 KIA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까지 가는 게 목표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