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28만명이 700억개 '루나' 보유"... 당국, 코인 거래소 긴급점검

입력
2022.05.17 16:45
13면
금융위·금감원, 거래소에 거래자료 요청
근거법 없어 실효성 의문 여전
"현황 파악해 법 제정 근거 삼을 것"

금융당국이 '루나·테라 동반폭락' 사태와 관련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섰다. 다만 관련 법이 부재해 실질적 조치는 취할 수 없는 실정이다.

17일 금융당국과 가상자산 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루나·테라 보유자 수 △금액별 투자자 수 △100만 원 이상 고액 투자자 수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루나와 테라의 시가총액이 약 450억 달러 증발하는 등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대략적 피해 규모는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준으로 루나 이용자는 28만 명이고 이들이 (루나를) 700억 개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각 거래소에 루나·테라 폭락사태에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요청했다. 각 거래소의 대응책이 제각각인 탓에 가상자산 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고팍스는 16일 루나와 테라에 대한 거래를 종료했지만, 업비트는 이달 20일에야 루나 거래를 마칠 예정이다.

이처럼 각 거래소가 서로 다른 조치를 내놓자 일각에서는 일부 거래소가 단타를 노리는 투자자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이달 10~13일에는 루나 입출금이 가능한 업비트로 투자자가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번 폭락사태에 직접 개입해 투자자 보호, 피해자 구제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행법상으로는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자료제출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고 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근거법이 없어 별도 조치가 어렵다”며 “투자는 본인 책임 영역이긴 하지만 투자자들이 각별히 유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향후 관련 법령 제정 과정에 현재 파악 중인 피해 현황을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임원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한 피해 상황과 발생원인 등을 파악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불공정거래 방지, 소비자 피해 예방, 적격 코인공개(ICO) 요건 등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