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의 7일간 격리 의무를 당분간 유지시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유행세가 확연히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변이가, 사망자가, 확진자가 많은 데다 재유행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두기에 실외 마스크 의무까지 해제했는데 격리 의무까지 풀어버리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좀 더 의견을 수렴한 뒤 20일 확진자 격리 의무 유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발표한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역당국이 격리 의무 해제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우선 변이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은 이날 "오미크론 세부계통 변이인 BA.2.12.1이 13건 추가 검출돼 총 19건에 이르렀고, 재조합 변이는 2건 추가돼 총 8건이 됐다"고 밝혔다. 남아공과 미국 등에서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BA.4 1건과 BA.5 2건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특징은 하나같이 빠른 전파력이다. 전문가들도 신종 변이로 인한 재유행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기가 용이한 5월까지는 확산세 감소가 유지될 수 있지만, 에어컨을 가동하는 6월 이후 실내가 3밀(밀접, 밀폐, 밀집) 환경에 놓이면, 신종 변이와 맞물려 재유행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음으론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계절독감보다 여전히 높다. 그러다보니 사망자 감소세가 예상 밖으로 더디다.
현재 코로나19의 치명률은 0.13% 수준에서 석 달째 꼼짝 않고 있다. 계절독감의 0.05~0.1%보다 여전히 높다. 그렇다고 더 떨어질 것 같지도 않다. 확진자 수는 줄었다지만 중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자 확진자 비중은 여전히 20% 수준이다. 여기에다 새 변이와 재유행이 겹치면 치명률은 되레 더 올라갈 수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 변이의 특성에 따라 치명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격리 의무까지 해제하기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셈이다. 정부는 그간 공언해온 대규모 항체조사를 시작한다. 전국 17개 시·도 주민을 대상으로 분기별로 1만 명씩 조사한다. 국민 상당수가 항체를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격리의무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요인은 격리 의무를 해제하면서 그간 확진자에게 지급됐던 생활비 및 치료비 지원 정책도 모두 사라진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크게 줄었다 해도 여전히 하루에 수만 명씩 나오는 확진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질 수도 있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세종시 청사에서 이임식을 열고 퇴임했다. 권 장관은 "사표 수리는 안 됐지만, 미리 이임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서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여러분 덕분에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