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성 소수민족인 라카인족의 반군단체 '아라칸군(Arakan ArmyㆍAA)'이 쿠데타 군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비슷한 시각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내 반(反)군부 여론을 이끄는 말레이시아도 현지 민주진영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NUG)와 공식 회동을 진행했다. 쿠데타 군부 입장에선 전쟁과 외교 영역의 ‘최대 불안요소’가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17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AA는 15일 친주(州) 팔레트 지역에 위치한 정부군 기지로 향하던 헬리콥터를 향해 사격했다. AA는 또 기지 초소를 향해 중포를 쏘며 20여 분 동안 추가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AA는 이번 공격이 우발적 행동이 아닌 계획된 작전임을 분명히 했다. AA 사령부 대변인은 공격 직후 "언제든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간인들은 정부군 기지 인근으로의 이동을 삼가라"고 발표했다.
2009년 창설된 AA는 라카인족 독립을 요구하며 2015년부터 4년 동안 정부군을 수없이 사살한 군부의 '최대 난적'이다. 군부가 쿠데타 직후 AA를 특별히 대우하는 등 관리한 이유다. 실제 라카인주의 인터넷 차단 조치를 594일 만에 풀어준 데 이어, AA를 테러단체 목록에서 제외한 뒤 자치권까지 부여했다. 이미 민주진영과 손잡은 카렌민족연합(KNU)과 카친독립군(KIA)을 따라 AA까지 민주진영 편에 설 경우 군부로서도 힘든 싸움이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군부의 전략은 올해 3월까진 맞아 들어가는 듯했다. AA는 자체 행정부와 사법부를 출범시키며 준독립 상태로 라카인주를 지배하는 것에 어느 정도 만족했다. 그러나 라카인주를 병참 기지로 활용하는 반군의 이동을 막기 위해 지난달 정부군이 작전을 펼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 과정에서 AA 핵심 인사들까지 체포됐고, 이에 툰 먓 나잉 AA 참모총장은 "정부군이 우릴 화나게 하고 있다. 모두 부숴버리겠다"고 공개 경고까지 날렸다. 다급해진 군부는 "우린 AA와 싸우길 원하지 않는다"며 달랬지만, AA는 전날 NUG가 주최한 연방군 창설 회의에 참여하는 등 반군부 진영에 합류를 예고했다.
말레이시아도 본격적인 반군부 외교 행보에 나섰다. 그간 말레이시아는 군부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도 "아세안이 사태 해결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 마 아웅 NUG 외무장관과 공개 회동을 진행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말레이시아는 현지에서 NUG와 나머지 반군부 성향 회원국 외교단과의 만남도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미국이 최근 '아세안은 미얀마 사태에 대해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뒤 말레이시아 등 반군부 국가들이 외교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부터 아세안 의장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앞세운 친(親)군부 회원국과 반군부 국가들의 새로운 기싸움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