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라기’ 때 만났다… 은하수가 쏟아지는 그곳

입력
2022.05.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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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공해 없는 강원 고지대 별 보기 명소

여름은 밤하늘 여행을 즐기는 ‘별바라기’에게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5월 말부터 9월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은하수를 관찰할 수 있어서다. 이 시기 강원도가 추천하는 별 보기 명소를 소개한다.

첫손에 꼽히는 곳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강릉 안반데기다. ‘안반’은 떡을 칠 때 아래에 받치는 넓은 나무판을 가리킨다. 해발 1,100m 고지대지만 안반데기 지형이 꼭 그렇게 생겼다. 평평한 땅과 완만한 경사지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재배 단지다. 언덕 꼭대기인 ‘멍에전망대’에 오르면 밤하늘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전망이 시원하다. 농로를 겸하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잘 닦여 있지만,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나면 비켜가기 힘들다. 한곳에 정차하고 걸어 다닐 것을 권한다.


태백 매봉산 ‘바람의 언덕’도 고랭지 배추밭이다. 풍력발전 바람개비 외에 인공 시설이 거의 없다. 이름대로 바람이 거센 지역이다. 한여름이라도 밤에는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8월 중·하순 농번기에는 낮 시간에 삼수령 주차장과 매봉산 전망대를 왕복하는 무료 순환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밤에는 개인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다.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도 비슷하다. 해발 1,256m 산정까지 차로 갈 수 있어서 최근 몇 년 사이 ‘차박 성지’로 뜬 곳이다. 한여름 밤의 더위를 식히기에도 좋아 여행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 이제 취사와 야영은 금지하고 있다. 서편 산자락은 여름이면 샤스타데이지 꽃밭으로 하얗게 변신한다. 육백마지기 정상까지는 미탄면 소재지에서 약 10㎞, 굴곡과 경사가 심한 도로를 거슬러 오른다. 운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정선 화암면의 문치재는 의외의 장소다. 문치재는 해발 1,000m가 넘는 산에 둘러싸인 ‘북동마을로 들어가는 문’과 같은 곳이다. 열두 굽이 고갯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밤이 되면 도로 정면에 북극성이 보여 별 궤적을 찍으려는 이들이 심심찮게 찾는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별과 차량 궤적을 함께 찍으려면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선의 또 다른 명소로 동강자연휴양림이 꼽힌다. 통나무집 숙소 위주의 일반 휴양림과 달리 오토캠핑장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해발 630m 고지대에 위치해 맞은편 백운산을 휘감아 도는 동강의 절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동강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나리소와 바리소’ 구간이다. 밤낮으로 아름다운 곳이니 예약이 쉽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천문대는 별 보기 좋은 장소로 검증된 곳이다. 영월 별마로천문대에서는 연 160~190일 별을 관측할 수 있다. 국내 평균 100일에 비해 월등한 조건이다. 해발 800m 봉래산 꼭대기에 위치해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 읍내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밤하늘 가는 길’이라는 진입로 명칭이 시적이다. 시와 별, 동강이 흐르는 천문대다.



화천의 조경철천문대는 천문학자 조경철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은 천문대로 광덕산 정상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시민천문대 중에서 가장 높은 해발 1,010m에 위치해 육안으로도 은하수를 관찰하기 좋은 곳이다. 이 밖에 철원 노동당사, 태백 함백산, 횡성 태기산 등도 강원도의 별 보기 명소로 꼽힌다.

강원관광재단은 11월까지 별 모으기 이벤트를 열고 있다. 강원도의 18개 야경 명소를 모바일 앱으로 방문 인증하는 방식이다. 획득한 별의 개수에 따라 강릉 씨마크호텔 숙박권, 서울~강릉 KTX 왕복 승차권, 강원상품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한다. 자세한 내용은 ‘스타박스’ 인스타그램(starbox_gangwon)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은하수를 관찰하기 좋은 시간은 매일 조금씩 당겨진다. 매월 1일 기준 5월은 오전 2시, 6월은 자정, 7월은 오후 10시, 8월은 오후 8시, 9월은 오후 6시부터 은하수를 볼 수 있다. 달빛이 밝으면 방해를 받기 때문에 보름 이후가 좋다.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astro.kasi.re.kr) 참고.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