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호남 끌어안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국민 통합 의지를 부각하고, 6·1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수석과 새로 임명된 장관 전원에게 5·18 기념식 참석을 주문했다. 사실상의 ‘총동원령’이다. 이에 따라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과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대다수 국무위원이 18일 광주에 집결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치 입문 후 9번째로 광주를 찾게 된다.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前文)에 수록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재확인하고,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 중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광주 지역 정보기술(IT) 기업인들과 만나는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0일에도 광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 현장을 찾아 “명실상부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민의힘도 적극 보조에 나섰다. 우선 윤 대통령 요청에 따라 소속 의원 109명 전원이 18일 오전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도 전용기나 헬기가 아닌 이 열차를 함께 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8월 김종인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광주 5·18 묘역에 헌화한 뒤 무릎을 꿇어 사과했고, 이준석 당대표 역시 호남 구애에 각별히 공을 들여왔지만 의원 전원의 광주행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16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를 국회로 초청해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5월 정신의 본질은 자유민주주의이다. 광주만의 것도, 특정 정당의 소유물도 아니다”라며 5월 정신을 기리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민식 보훈처장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등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 인사들도 간담회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 예우 강화를 위한 단체들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광주 방문이 역대 보수 정권마다 이어져 온 ‘호남 홀대’ 이미지를 불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광주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행보를 하면서도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통합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국민의힘은 일회성 호남 구애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장 호남 지역 열세를 뒤집기는 어렵더라도 중도층과 청년층에게 호감을 사는 효과를 바라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단순 선거용을 넘어 앞으로 진정성 있게 호남 구애를 이어가겠다는 명확한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