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협력' 제의에 응답 없는 북한.... 정부 "여유 갖고 기다리겠다"

입력
2022.05.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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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명의 대북통지문 발신에 '무응답' 
北, 文정부 인도적 협력에 '비본질적 문제' 치부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보건·방역 지원 제의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 신규 발열 환자 수가 40만 명에 육박하는 등 북한 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남측의 제안을 덥석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럼에도 "서두르지 않겠다"며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 의사를 타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일부는 16일 "오늘 오전 11시에 코로나19 방역 협력과 관련해 권영세 장관 명의 대북통지문을 북측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에게 보내려 했지만, 북측은 아직 접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북통지문이 북측에 전달되기 위해서는 남북의 단말기가 동시에 켜져 있어야 한다. 이에 통일부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을 이용해 구두로 통지문 전달 의사를 먼저 밝혔지만, 북측에선 응답 자체가 없었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마감통화에서도 북측의 의사를 재차 물었으나, 북측은 통지문 수신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통일부는 통지문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비롯한 의약품, 마스크, 진단 도구 등을 제공하고 남측의 방역 경험을 살린 기술 협력을 제안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남북 간 실무접촉을 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만큼 의료 및 방역용품과 필요한 인력까지 제공할 의사가 있으니 대화하자는 취지였으나 불발된 것이다.

북한의 거부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북한은 2020년 국경 봉쇄 이후 인적·물적 교류를 철저히 차단해왔고,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첫 공식 인정한 지난 12일부터 지역 단위별 봉쇄정책을 강화했다. 외부 조력을 일체 거부하며 '자력갱생'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남측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비본질적 문제'라며 응하지 않았다. 이미 대외적으로 방역 협력을 거부한 상황에서 돌연 태도를 바꿀 경우, 대내적으로는 봉쇄 전략을 고수해 온 최고지도자의 '정책적 결함'을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정부는 북한과의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인도적 협력에 있어서 어떠한 정치적 상황과도 연계하지 않고 '조건 없는 협력'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에 "여유를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긴밀한 협력이 끊어진 상황에서 바로 대답하길 기대하거나, 재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어 "코로나 방역에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코백스가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물질적인 부분 외에 국제기구가 제공할 수 없는 우리만의 경험과 우수한 의료진이 있다"고 강조했다. 코백스(COVAX)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 외에 남측의 직접 지원의 필요성을 밝힌 것이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