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실천 결의안'이 1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성평등'이란 표현에 동성애 옹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문제 삼은 탓이다. 정치권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가 여전히 낡은 젠더 인식에 갇혀 있는 것이다.
결의안은 "국회의 성평등 기준부터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발의됐다. 현재 국회의원에 관한 윤리 규정 어디에도 성폭력 관련 조항이 없다. 그래서 결의안엔 △성폭력 발언이나 차별적 발언 등을 금지하는 국회의원 성평등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의원 보좌진 및 국회 직원이 성평등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에는 △성평등한 국회 운영을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고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사의 여성 비율도 30% 이상으로 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발의한 결의안에는 민주당, 정의당을 중심으로 의원 101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도 동참했다.
국민의힘 여가위 의원들은 16일 여가위 전체회의에서 "결의안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성평등'이라는 용어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여가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성평등이란 단어를 양성평등으로 바꾸면 상정에 찬성한다고 했음에도 의사일정을 직권으로 상정한 송옥주 여가위원장의 행태에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다"고 했다. 또 "성평등이란 표현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고 찬반 논란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평등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용어이고, 오직 남성과 여성만 존재하는 게 신의 섭리'라는 보수 기독교계의 주장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민주당은 결의안 통과가 시급하다며 맞섰다. 여가위 민주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면서 여가부 장관을 임명한 상황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끊임없이 번지는 성비위(성폭력)를 감안하면, 왜 결의안이 지금 통과돼야 하는지가 너무 뚜렷하다"고 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도 "윤 대통령은 왜 대선후보일 때 '구조적 양성차별은 없다'고 하지 않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나"라며 "제발 동성애의 바다를 건너라"고 했다.
이 같은 공방 끝에 회의는 열린 지 33분 만에 끝났다. 민주당 소속인 송옥주 위원장은 "우리가 합심해야 상황이 바뀐다. 많은 여성과 국민들이 저희를 지켜본다"며 여야가 뜻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