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들이 정착한 우토로마을에 고의로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아리모토 쇼고(22)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공판 전 언론을 통해 “재일 조선인에게 공포감을 주어 쫓아내려 방화했다”고 동기를 밝혔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6일 오전 11시부터 교토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 아리모토는 검찰의 기소 사실에 “틀림없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아리모토가) 직장에 적응 못하고 퇴직해 무직이 된 열등감의 분풀이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싶어 방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일 조선인에 대한 혐오감에서 범행 목표를 정했다”고 덧붙였다.
아리모토는 지난해 8월 30일 오후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지구의 빈집 등에 방화해 7개 동을 전소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이 방화로 지난달 말 개관한 ‘우토로 평화기념관’에 전시할 예정이던 자료 약 40점이 소실됐다. 이 중에는 ‘우토로는 자이니치(在日)의 고향’, ‘우리는 살며 싸운다’, ‘강제 퇴거는 국제 인권규약에 반한다’ 등 우토로의 재일 조선인들이 철거 반대 투쟁에 사용했던 간판도 포함됐다.
피고인 아리모토는 지난해 7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아이치현 본부와 나고야 한국학교에도 불을 붙여 벽면과 잔디 등을 일부 태운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민단 나라현 본부에 대한 방화 미수도 인정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아리모토는 공판에 앞서 이미 여러 일본 언론에 “한국인이 싫어서”라거나 “재일 조선인에게 공포감을 줘 쫓아내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밝히기도 했다. 면회와 서신 교환 등으로 아리모토를 직접 취재한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그는 인터넷 영상이나 정보 등을 통해 '우토로마을이 재일 조선인에 의해 불법 점거된 곳'이며, 재일 조선인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라고 인식했다. 그는 범행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치안을 더럽히는 한국인에게 ‘경고’하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우토로마을은 일제강점기 교토 비행장 건설을 위해 동원된 조선인들이 모여 살면서 집단 주거지가 형성된 곳이다. 전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남아, 1980년대 후반까지도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았다. 토지를 사들인 일본 기업이 퇴거를 요구하자 주민들은 시민단체와 반대 투쟁을 했다. 추후 한국 정부의 지원금과 한일 시민단체의 모금으로 일부 토지를 매입했고 여기에 시영주택이 건설되면서 주민의 거주권이 확보됐다. 전후 우토로마을의 형성과 퇴거 반대 투쟁 등 역사를 알리는 기념관은 지난달 30일 건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