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하는 한국인'이 최근 10년간 1.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 마약사범 가운데 이른바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직업 종사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6배가량 급증했다.
13일 한국일보가 검찰이 집계하는 '마약류 월간동향'을 분석한 결과, 내국인 마약사범은 2012년 8,896명에서 지난해 1만3,814명으로 55.3% 증가했다. 이들 인원은 2015년 처음 1만 명을 넘은 뒤 △2016년 1만3,257명 △2017년 1만3,191명 △2020년 1만6,092명 △2021년 1만3,81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1분기(1~3월) 2,629명이 적발됐다.
지난해 내국인 마약사범의 6.4%(1,010명)는 회사원이었다. 회사원 마약사범 비율이 0.8%(178명)에 그쳤던 2012년과 뚜렷이 대비된다. 화이트칼라로 분류할 수 있는 직업군(회사원, 금융증권, 의료)에 속하는 마약사범 비중 또한 같은 기간 1.2%(178명)에서 7.3%(1,186명)로 크게 늘었다.
외국인 마약사범도 2012년 359명에서 지난해 2,33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국적별로 보면 △태국 888명 △중국 504명 △베트남 310명 △러시아 147명 △우즈베키스탄 128명 △우간다 128명 △미국 114명 순이었다. 그보다 10년 전인 2012년엔 미국 국적자가 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97명 △베트남 28명 △캐나다 18명 등이 뒤를 이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발간하는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필로폰을 포함한 외국산 주요 마약류 밀반입량은 2010년 34.8㎏(99건)에서 지난해 1,016.1㎏(243건)이었다. 이런 급증세는 인터넷을 통해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마약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수사기관 안팎에선 인터넷 마약 거래 증가로 적발되지 않은 마약사범 또한 늘어나고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마약청정국' '마약은 나와 상관없는 것'이란 안이한 인식이 마약 문제 해결을 늦춘다고 지적한다. 이한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팀장은 "10년 전과 지금의 마약 투약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며 "과거엔 한정된 사람들이 마약을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마약에 노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최근 필로폰 투약자가 행인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른 '구로동 사건'을 언급하면서 "마약은 소수의 문제라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