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회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야권의 '부적격' 판정에도 큰 결격 사유가 없다고 보고 임명 강행 절차를 밟기 시작한 셈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오는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지난 9일 오전부터 10일 새벽까지 17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채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에서 결정적 한 방을 제시하지 못했으나,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최측근 인사인 한 후보자를 임명한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채택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은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 절차가 완료되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야당의 반발 등으로 국회가 시한 내 응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전날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런 과정을 거쳐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외에 청문보고서 채택이 되지 않은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원희룡(국토교통부)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 후보자도 오는 17일 이후엔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초대 내각 구성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5명 장관 후보자 중 유일하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만 임명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이는 야당이 한동훈 후보자와 함께 '낙마 1순위'로 지목한 정 후보자를 끝까지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난항인 데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해서도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녀 입시 문제로 '아빠 찬스' 의혹을 받는 정 후보자에 대해선 여전히 당내 여론이 갈리고 있다"며 "민주당 측에 협조 명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임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