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성패 달린 100일

입력
2022.05.13 18:00
22면
광복절까지 3개월이 신뢰회복 골든타임 
 내각 정상 가동하려면 정호영 카드 포기 
 측근 경계하고 한반도 평화유지 힘써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발이 아슬아슬하다.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가 심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도 심상치 않다. 경제와 안보 위기 속에 정국마저 불안하다. 당초 예상대로 거대 야당은 국무총리 인준안을 볼모로 새 정부 이륙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선 기간 초보 정치인을 돕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국회로 돌아가면서 방패막이도 사라졌다. 안팎의 도전을 윤석열 대통령 홀로 감당해야 할 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낮은 지지율이다. 취임식 즈음 국정지지율이 40% 정도인데 이명박ㆍ박근혜ㆍ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국정운영에 동력을 받을 수 없다. 외신들마저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 윤석열 정부를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과 인사 잡음, 공약 실천 미흡, 경험ㆍ자질 부족 등을 윤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출퇴근길 기자들과 대화로 소통하고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로 청와대를 개방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기회는 취임 100일 동안의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에 국민 신뢰를 구축하고 핵심 국정방향을 제시한다면 지지율을 회복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찾을 수 있다. 인수위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도 8월 광복절까지 감동을 주는 이벤트와 신선한 정책 비전을 이어가면서 국정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국정운영에 속도를 내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우선 반쪽 내각부터 탈피해야 한다. 산업부ㆍ중기부 장관을 임명하고 국무위원 11명을 확보하면서 국무회의 걱정은 덜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에 동의하지 않는 한 행정부의 정상 가동은 어렵다. 총리 인준안을 한동훈ㆍ정호영 장관 후보자 낙마와 연계하는 민주당 전략이 정치 도의에 어긋나긴 하지만 민주당에 협상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여당 몫이다. 적어도 정호영 카드를 포기한다면 민주당도 계속 연계 전략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참모진에 대한 국민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을 검찰의 친정 식구로 채우면서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민정과 인사, 총무 라인의 비서관급 6명 중 5명이 검사와 검찰수사관 출신인데 과거 정부를 좀먹었던 '문고리 권력'을 연상시킨다.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되고 초대 내각 인사검증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은 문제 인사는 화근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또한 경계 대상이다. 검찰 장악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강경한 태도는 앞으로 대야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유지는 안정적 국정운영의 전제조건이다. 강경한 대북정책은 북한의 반발을 불러 코리아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위기에 인도적 지원을 최대한 제공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터야 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언급대로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과감한 접근도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 “국민을 위해 여야 협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취임사에서는 협치와 통합을 빼고 ‘반지성주의’라는 대결적 표현을 들고 나왔다. 통합에 대해서는 “정치과정이 통합”이라거나 “가치를 지향하는 통합” 등의 말로 어물쩍 넘어갔다. 이러다 국정 동력을 확보하는 100일 대장정이 반쪽 환호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0.73%포인트 승리'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국민 전체를 감동시키는 내용으로 골든타임을 채워야 할 것이다.

김정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