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高)’ 파고에 휩싸인 한국 경제가 탈출구 없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내수 위축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회복세마저 제약될 우려가 크다고 밝히면서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5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고용회복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 제약요인이 일부 완화됐지만 물가상승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최근 국내 상황을 진단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4.8%)은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5.7%)도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높이 치솟으면서 민생 경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수출 호조가 1분기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재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공급망 차질 장기화 등으로 투자 부진과 수출 회복세 제약이 우려된다”며 수출이 개선되고 있다는 지난달까지의 평가를 뒤집었다.
실제 수출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올해 2월 20.6%에서 3월 18.2%, 지난달 12.6%로 점차 둔화하고 있다. 반면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환율 여파로 수입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기록한 누적 무역수지 적자(98억6,000만 달러)도 1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은 1년 전보다 70~80% 줄었고, 중국 역시 주요 도시 봉쇄조치 영향으로 4월부터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차 악화하는 대외여건도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커다란 악재다. 기재부는 “국제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는 가운데,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와 중국 봉쇄조치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의 하방위험도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에 대한 잿빛 전망이 이어지면서 3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각각 2.9%, 0.3% 감소(전년 동월 대비)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3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흐름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모두 동반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벌써 9개월째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치솟는 물가와 함께 경기부진이 계속되는 만큼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현실화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국내외 경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민생 안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59조4,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기재부는 “서민·취약계층의 물가상승 부담 완화, 소상공인 피해회복을 위한 2차 추경안 신속 지원 등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