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도중 사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사건 관련자들의 2심 재판을 앞두고 "원청 대표(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형이 선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2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1심 선고가 원청과 하청 다 살인죄는 크게 인정한다면서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벌이 안 돼서 항소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피고인 개개인의 안전조치의무 위반행위들이 모여 이 사건 사고를 유발했고, 총합으로 위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무겁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대표에게는 무죄를,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전 대표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또 서부발전 관계자 8명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4명에게는 벌금 700만 원부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음 달 7일 2심 공판이 열릴 대전지법에서 11일 시위에 나섰던 김 대표는 "총리 훈령으로 진상이 규명돼 아들 잘못이 아니라 회사가 잘못해 죽은 것을 인정했으면 그에 마땅한 처벌이 내려져야 되는데, 너무 약한 처벌을 내려 정말 이해가 안 되고 너무 힘들었다"고 판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판사가 살인죄는 크게 인정한다면서 안전 예산을 짤 수 있는 인적·물적 권한을 가진 원청 대표한테 책임이 없다는 무죄를 선고했다"며 "나머지 13명도 다 집행유예나 낮은 벌금형에 그쳐 재판부가 오히려 살인을 용인해준 공범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도 살인죄가 법정에서 크게 인정된 만큼 그에 준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이유로 김 대표는 "법원이 아직까지 산재사망을 대하는 안일한 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판례가 없다고 뒤집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법정에서 윗선들의 눈치를 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윗선이라면 대법원을 말씀하시는 건가'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법원 내에서도 그렇고 대법원도 그렇고 법조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라며 "또 (회사가) 법조계하고도 유착관계가 그동안 있지 않았을까, 이런 의심이 가장 크게 들더라"고 답했다.
이런 의심의 근거로 그는 "사고 3일 차에 직접 현장에 갔을 때 이미 물청소가 돼 있어 증거를 인멸한 상태였다"며 "회사가 잘못이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오히려 현장을 훼손할 이유가 없을 텐데 훼손했기 때문에 강한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가슴에 묻은 아들의 죽음으로 여전히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는 "회사에 처음 입사하고 걱정돼 몇 번이나 아들과 통화했다"며 "처음 2, 3일은 교육받았다고 들었고, '아직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그다음 전화했을 때는 '힘들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저는 첫 사회생활이라 힘들다고 생각했고, 야간 노동까지 해서 배우기 힘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근무) 현장이 더럽고 위험할지 정말 몰랐다"며 "입사 한 달 반 만에 예비군 훈련받으러 집에 왔을 때 아들이 엄청 말라서 '힘들면 그만두라'고 했다. 그때 아들이 '조금만 더 버텨보고 그래도 아니다 싶으면 나오겠다'고 대답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때 못 말려서 저 자신한테 자책하며 살게 되더라"고 했다.
김용균씨 죽음을 계기로 또 다른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예방하고자 중대재해처벌법도 만들어졌지만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여전히 발생하는 상황. 그 이유로 김 대표는 "노동과 인권 교육이 빠진 학교 교육도 큰 문제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구조화돼 위험에 내몰린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위험할 때 멈출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된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려면 비정규직 구조를 없애는 게 근본적 해결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주 정치인 법조계 시민들 모두 이윤보다 안전과 생명, 기본적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