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제출한 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적자국채 없는 추경’이었다. 기존 지출을 깎거나 올해 들어올 세수 목표치를 높이는 것인데, 지출 구조조정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세수 추계를 다시 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올해 세수 전망치를 당초보다 50조 원 이상 크게 늘렸고, 오히려 ‘빚 갚는 추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부동산시장 전망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400조 원 가까운 세수가 걷힌다고 전망한 것이라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2일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3월까지 실적을 기준으로 세수를 재추계한 결과 53조3,000억 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당초 세수 전망치는 343조4,000억 원이었는데, 이를 396조6,000억 원으로, 15.3%나 늘어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는 이 중 23조 원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배분하고, 9조 원은 국채 규모를 줄이는 데 사용한다. 나머지 21조3,000억 원에다 세계잉여금(3조3,000억 원)과 한은잉여금(1조4,000억 원) 등 기존 재원 8조1,000억 원,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7조 원이 추경 재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36조4,000억 원이라는 추경에 나서고도 오히려 재정수지 적자(110조8,000억 원→100조8,000억 원)가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50.1%에서 49.6%로 낮아지는 등 ‘재정건전성’이 개선되는 배경이다.
세수가 많이 늘어나는 세목은 △법인세(29조1,000억 원) △근로소득세(10조3,000억 원) △양도소득세(11조8,000억 원) 등이다. 3월까지 법인세가 지난해보다 10조9,000억 원, 근로소득세가 5조1,000억 원 각각 증가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세수 일정을 고려해 추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양도소득세 전망치는 지난해 실적(36조7,000억 원)보다 불과 2조5,000억 원 적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자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양도소득세 세수를 22조4,000억 원으로 낮췄는데, 이를 다시 뒤집은 것이다.
이 같은 세수 전망치가 맞아떨어지려면 주택 가격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부동산이 조정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 이달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조치 등을 고려하면 당시보다 세입 여건은 오히려 더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대규모 초과 세수 전망은 빚 없이 대규모 추경에 나서기 위한 정부의 ‘희망 섞인 무리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세수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하반기 다시 적자국채 발행 규모를 늘려야 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삼성 등 몇몇 기업의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세수가 늘어난 것 같은데,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정부가 예상한 만큼의 세수 실적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세수 예측이 틀려 추가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확실한 세수 증가 요인만 반영해 초과세수를 집계했다”고 강조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실적에 기반한 세수 추계이고, 상당히 보수적으로 제시한 수치다"면서 "올해 나타난 거시 변수는 주로 내년 세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