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하려 하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2년 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놓고 벌어진 찬반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충북 5·18민중항쟁 42주년 행사위원회는 12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충북도가 청남대에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계획 중”이라며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대통령 동상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문 전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의 대통령 기념 사업 조례를 제정한 뒤 추진해야 한다.”며 “기준과 원칙을 세우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에는 뇌물과 부정축재로 처벌받은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할 것도 주문했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시종 충북지사의 발언 때문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11일 청남대 임시정부기념관 개관식 축사에서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동상과 기록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동상 건립 추진을 언급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 측은 “대통령 동상 추가 제작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적이 없다"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제작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남대 동상을 둘러싼 논란은 2020년에도 있었다. 충북도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철거하는 방침을 세우자 보수 단체와 진보 단체들이 갈려 심한 갈등을 겪었다. 찬반 논란이 격화한 와중에 한 50대 남성이 청남대에 몰래 들어가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해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충북도는 지난해 7월 두 전직 대통령의 역사적 죄과를 기록한 안내판을 동상 옆에 설치하는 것으로 가까스로 갈등을 수습했다. 하지만 전국의 5·18단체들은 여전히 두 전직 대통령 동상 교체와 대통령 기록화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충북지역 5·18 단체는 동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워크숍을 다음달 4일 청주시내 일원에서 진행한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의 청남대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활용됐다. 184만 4,000㎡의 넓은 부지에 조경수 124종 11만6,000여 그루와 야생화 143종 35만여 본이 자란다. 충북도는 청남대를 대통령 테마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2015년 역대 대통령 10명(이승만~이명박)의 동상을 청남대 안 대통령길에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