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성폭력 의혹을 받는 박완주 의원을 12일 제명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례가 쌓였는데도 민주당이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박 의원 제명안을 의결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의원 사건은 연말에 발생한 심각한 수준의 성범죄다. 피해자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했으나 원만히 진행되지 않았고 4월 말경 우리 당 젠더신고센터로 신고가 들어왔다"고 했다. 당적 강제 박탈을 뜻하는 제명은 민주당이 당원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징계다. 민주당은 박 의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징계도 요청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가 혐의를 인정하는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충남 천안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으로, '86세대' 정치인이다. 지난해 5월부터 이번 대선까지 당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진보 성향 민주당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이고, 김근태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출신이다.
민주당의 성폭력 악재는 끊이지 않는다. 최강욱 의원은 지난달 당내 온라인 회의를 하던 도중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 이른바 '짤짤이 발언'을 했다가 당내 윤리감찰단의 조사를 받았다. 윤리감찰단은 김원이 의원이 의원실 보좌진 간에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를 외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민주당에선 "어쩌다 당이 이 지경이 됐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는 입장문을 내고 "더 큰 성적 비위 문제도 제보받았다"며 "어쩌다 우리 당이 이 정도로 됐나 싶을 정도로 민망하고 실망이 크다"며 당 지도부의 엄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연이은 성범죄로 피해자의 고통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명심해야 한다. 피해자와 분노하는 시민들에 대한 당 차원의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자세를 낮췄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 내 성비위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 민주당을 대표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여성을 온전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도려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