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목록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기어때' 창업자 심명섭 전 대표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심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심 전 대표와 여기어때 직원들은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야놀자의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크롤링 프로그램을 만든 뒤 야놀자 제휴점수 등을 취합하고, 야놀자 웹페이지와 모바일앱용 API서버에 1,594만여 회 이상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크롤링 프로그램은 웹페이지 내 데이터를 수집·분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심 전 대표 등은 여기어때 측이 야놀자 숙박업소 목록 등 데이터베이스를 246회에 걸쳐 복제해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도 있다.
재판 쟁점은 크롤링 프로그램으로 이미 공개된 서버에 접근하는 행위가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심 전 대표에게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기어때 측은 야놀자와의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상당 기간 크롤링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버에 침입, 숙박업소에 관한 정보를 복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여기어때 측의 크롤링 프로그램 사용을 무죄로 판단했다. 크롤링 프로그램으로 추출한 정보들은 대부분 이용자들에게 공개됐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일반 이용자들도 앱을 통해 야놀자 서버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고, 서버 접근을 막는 별도의 보호조치도 없었다"며 "크롤링 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사정만으로 접근 권한이 없는 정보에 침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데이터베이스의 상당 부분은 이미 공개돼 있다"며 "여기어때 측이 서버에 접속하며 입력한 검색 명령구문들이 서버의 본래 목적과 상이한 부정한 명령이라고 보기 어렵고, 크롤링 프로그램 사용으로 인해 야놀자 서버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