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조 원이라는 엄청난 초과세수 발생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재부에 농락당하는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빚을 내지 않고도 대규모 추경이 가능해진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 했다.
용 의원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홍남기의 재정 쿠데타'라는 제목의 글에서 "오늘 윤석열 정부의 손실보상 추경 발표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먼저 "33조 원 언저리로 축소된 추경도 문제지만,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대목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며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또 '초과세수 사태'가 터진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용 의원은 "33조 원 언저리의 추경 규모라고 한다면 지방교부세까지 합해 50조 원가량 필요하고, 따라서 최소 35조의 초과세수가 재원으로 활용된다는 이야기"라며 "정확한 초과세수 규모를 기재부가 알려주지 않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용 의원이 이 글을 적은 이후, 여당인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에서 "올해 세수를 추계하면 법인세가 많이 걷힐 것 같고, 양도세와 근로소득세 등 추가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돼 추가 세수 규모를 53조 원 정도로 봤다"며 "이번 추경을 하고 약 8조 원 정도 남을 텐데, 이는 국채 상환에 쓰겠다는 정부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정부·여당이 추경 재원에 들어갈 초과세수 규모를 공개한 바 없었는데,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용 의원도 뒤늦게 이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용 의원은 "지난해에도 60조에 달하는 거대한 초과세수가 발생해 기재부 세제실이 엎어지고 감사원 감사까지 받게 된 실정인데, 또 최소 35조 초과세수가 발생하게 된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 3년 5개월간 재임하며 최장기간 나라 곳간을 책임졌던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화살을 돌렸다. 용 의원은 "한 번은 코로나라는 예외적 경제환경을 핑계로 납득해 줄 여지가 있지만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다니요?"라며 "반복되는 초과세수 사태, 우연과 무능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과연 홍남기 부총리는 이런 초과세수 상황을 몰랐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거액 초과세수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며 "그렇다면 2022년 세입추정에서 변경된 데이터와 추정오류를 (기재부가) 반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초 추경 국면에서 재정건전성을 핑계로 50조 원 손실보상을 한사코 반대해 결국 17조 원까지 깎아 놓고서는 또다시 거액의 초과세수가 발생했고, 기재부는 4월까지 침묵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당시 50조 원 추경 충분히 할 수 있었고, 홍남기 부총리도 가능했다고 대답했어야 했다"며 이번 일을 '재정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용 의원은 "축소된 1차 추경과 한참 늦어진 손실보상으로 피해는 소상공인들과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여야 공히 이견이 없는 사안이 늦은 지원, 불합리한 보상 과정에서 재기불능의 타격을 입은 이들의 삶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라고 따졌다. 또 "재정건전성에 광적으로 집착하면서도 세입추정 실패를 반복하고, 퇴임사에서는 아예 재정준칙으로 정부지출에 대못까지 박아버리자고 주장하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하다"고 홍 전 부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면서도 그들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국채 발행 없이 대규모 추경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