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한 최소 3명의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국무총리·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여부가 협치의 첫 시험대로 떠올랐지만,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소상공인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하려면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해야 하는데, '반쪽 내각'으로 출범한 탓에 국무회의 개최를 위한 국무위원(총리·장관)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11일 현재 국무위원 3명이 부족하다.
다만 '일방통행 인사'로 비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설득을 병행할 전망이다.
11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2일 오후 3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일부 장관을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국무회의를 열려면 대통령(국무회의 의장)과 국무총리(부의장), 18개 부처 장관 등 회의 구성원 20명 중 11명 이상이 현직에 있어야 한다. 시행령인 국무회의 규정(제6조)엔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한다"고 돼 있다. 윤 대통령이 10일 장관 7명을 임명한 만큼, 3명이 더 필요하다. 장관은 임명 즉시 국무회의 참석이 가능하다.
국회인사청문회법상 윤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 가능한 장관은 박진 외교부ㆍ이상민 행정안전부ㆍ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ㆍ정호영 보건복지부ㆍ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이다. 이 중 박진 후보자를 제외한 4명에 대해 민주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는 게 윤 대통령의 고민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6ㆍ1 지방선거 관리를 명분으로 이상민 후보자를 임명하고, 박보균, 정호영, 원희룡 후보자 중 최소 1명을 임명해 국무회의 관문을 넘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11일 여권에서 유력하게 거론됐다. 최근 고물가 상황 등 경제 위기를 감안하면, '조속한 추경 편성과 집행'을 앞세운 장관 임명에 민주당이 거세게 반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
민주당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정호영 후보자 등은 즉시 임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주당에도 '무작정 반대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12일 오전까지는 민주당의 입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끝내 강경 입장을 고수한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사퇴하지 않은 장관 8명 중 3명을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의 인사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