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초대 국정원장에 '북미통' 김규현 지명… 1차장 권춘택

입력
2022.05.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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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이례적 발탁
청와대·국방부 거쳐 '안보'에도 밝아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새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명했다. 국정원 1차장에는 권춘택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같은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김규현 후보자는 서울대 치의학과에 재학 중인 1980년 외무고시(14회)에 합격해 외교부 북미1과장과 북미국 심의관,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와 공사 등 북미라인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대통령 측근이나 중량급 정치인, 군 출신이 아닌 외교관 출신 인사를 국정원장에 발탁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정보기관 개혁 일환으로 국정원이 출범한 후 외무고시 출신 정통 외교관이 수장에 오른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이병기 원장이 유일했다.

김 후보자는 국방부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근무, 안보 분야에 대한 이력도 갖췄다. 김대중 정부에선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고 노무현 정부에선 국방부 국제협력관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간 국방 현안을 다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외교부 1차관을 거쳐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외교안보수석 겸 국가안보실 2차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월호 사고 보고 시각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처벌받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 같은 악연이 있는 인사를 국정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국제적 안목을 갖춘 외교·안보 전문가를 정보수장에 앉히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김 후보자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한다면 대대적 조직 개편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정원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처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정원의 해외·대북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1차장에 내정된 권 사무총장도 '미국통'으로 꼽힌다. 1986년부터 국정원에서 일해온 내부 인사인 권 사무총장은 주로 해외 파트에서 근무했다. 국정원장 비서실장과 주유엔공사, 주미공사 등을 역임했다. 주미대사관 근무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과 협력을 담당해 미국 사정에 밝다는 평이 많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