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을 두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는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야당 이틀' 만에 견제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새 정부 내각 인사를 "대참사 수준"이라며 협상 난항을 예고하는가 하면,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하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법대로" 원점에서 협상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 첫 인사를 "내각 인사도 그렇고 대통령 비서실도 그렇고 우리가 보기엔 대참사 수준"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무조건 따지지 말고 협조해 주는 게 마땅한 도리라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새 정부에 비협조적이라며 "겨울인데, 겨울인 줄 모른다"고 비판한 국민의힘에 대해서는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는 본인들부터 돌아봐야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저희가 (국무위원 후보) 18명 중에서 한 분이 낙마하고 17명의 (로비, 횡령, 갑질, 탈세 등)10대 의혹을 분류해서 체크해 봤는데, 7가지 의혹을 갖고 있는 분이 11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은 거의 검찰 출신들로 에워싸여 있고, 더구나 과거에 간첩단 조작 사건까지 연루된 사람을 버젓이 국민이 반발함에도 불구하고 비서관으로 내세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은 (정부가) 인사를 바로 하도록 견제, 감시하고 특히 국회에게 주어진 인사청문을 통해 검증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하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낙연 전 총리의 경우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되고 나서 (임명되기까지 정부 출범 후) 21일이 걸렸다"며 "왜 며칠 안에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큰 발목을 잡는 것처럼 정략적으로 몰아가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품에 하자가 있다고 할 때 시장에 상품을 내놓은 사람이나 판 사람이 문제지, 왜 물건을 빨리 안 사주느냐고 재촉해서 되겠느냐"고 비유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불행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출발 또는 대통령 출마의 명분으로 삼은 공정과 정의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고 혹평했다. "청문회는 마쳤지만 한 후보자의 딸이 가족 찬스를 적극 활용해서 미국 명문대 입시용으로 소위 황제 스펙 쌓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그는 "본인이 야반도주라고 표현을 하면서 국회와 또는 여야의 합의 사항을 전면 부정하는 그런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였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협력이나 국회를 행정부가 입법부를 존중하는 걸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 당시 휴대폰 잠금 문제도 거론하며 "도덕성이라든가 이런 자녀 스펙 쌓기의 문제와 별개로 법무부 장관의 자격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의 임명동의안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 원대대표는 "우리 인사청문특별위원들이 모두 부적격이라고 입장문을 먼저 밝혔다"면서도 "임명동의안은 본회의 의결 사안이기 때문에 청문위원뿐 아니라 전체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기로 한 여야 전임 원내대표 간 합의에 대해서는 "후반기 원 구성의 국회법 협상 법적 주체는 현재의 원내대표들"이라며 '원점 재논의'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국민의힘이 하반기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전임인 윤호중 민주당‧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시절 이뤄진 합의라 현재 적용돼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펼쳐왔던 논리가 '여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야당이 정부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법사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라며 "법사위를 포함해 향후 상임위를 어떻게 배분할지는 본격적인 협의에 착수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 대해선 "전임 대통령들의 취임사하고 비교해 보면 청사진이 모호했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고 혹평했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그런 국정 운영의 목표나 방향 이런 걸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반지성주의', '재건' 등의 용어를 문제 삼으며 "국정 비전보다 그런 어떤 개별적인 전 정권에 대한 평가라고 할까 이런 것을 드러낸 것에 대해서는 아쉬웠다"며 "오히려 인수위가 두 달 동안 뚜렷한 국정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던 결과가 결국은 취임사의 어떤 부실함으로 드러난 거 아니냐"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