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북한에 '담대한 계획' 준비"... 비핵화·경제보상 연계 재확인

입력
2022.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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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사]
尹 "대화 문 열겠다"... 비핵화 상응 조치 시사
핵실험, 핵 선제 사용 등 北 호응 가능성 낮아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비핵화와 경제적 급부를 맞바꾸는, 대북 ‘상호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7차 핵실험이 임박하는 등 북한은 윤석열 정부에 고강도 도발을 활용한 대결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남북관계 ‘해빙’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하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썼던 ‘경제적 보상’ 용어에 북한이 극렬히 반발한 점을 감안해 표현을 순화한 것이다. 새 정부는 앞서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도 “북한 비핵화 진전시 대북 경제ㆍ개발 협력 구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담대한 계획은 구체적으로 비핵화 과정과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발전’ 구상을 의미한다. 윤석열 정부는 각종 인프라와 투자, 금융, 산업, 기술 등 분야별 경제발전 계획을 북한 비핵화를 이끌 유인책으로 제시한 상태다. 각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어젠다 ‘비핵ㆍ개방3000’과 뼈대는 같다. 윤 대통령은 또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고 말해 대북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지원의 대전제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근본이익이 침탈될 경우 핵무력을 결행하겠다”며 ‘선제적 핵 사용’ 의지까지 내비쳤다. 7차 핵실험도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한미는 북한이 새 정부 출범과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즈음해 핵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본다. 백악관도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지역 안보 논의에서 ‘최우선 중심 의제(front and center in the agenda)’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북핵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성공은 북한의 변화가 필수라는 점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방법론으로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비핵ㆍ개방3000 구상이 공개됐을 때도 남북관계는 급랭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신보 등 대외매체를 동원해 “대미종속과 반북대결 노선의 강행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권은 동북아시아의 화약고인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 불안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취임식을 깎아내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