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3개월, 반도체 원자재 '러·우크라 의존도' 상승... 수입선 다변화는?

입력
2022.05.11 04:30
러시아, 우크라 침공 3개월 차 '장기전 진입'
크세논·네온, 1~3월 러·우크라 의존도 상승
업계 "전쟁 전 계약된 물량... 착시효과" 불구
반도체 원자재 수입선 다양화 요구 계속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반도체 원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반도체 원자재 수출국인 양국의 장기전은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2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의 경우 3개월치 분량을 확보해 뒀다"고 밝혔지만, 양국 간 전쟁의 장기화에 '원자재 데드라인'이 도래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부와 업계의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노력에도 올해 1분기 기준, 일부 원자재의 양국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부 반도체 원자재 러·우크라 의존도 상승

10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 반도체 원자재 물량확보 진행상황'에 따르면, 올해 1~3월 주요 반도체 원자재인 크세논과 네온의 양국 의존도는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해당 기간 크세논의 전체 수입규모는 4,424만 달러(563억3,964만 원)였다. 국가별 비중은 △러시아 50% △우크라이나 15% △미국 13% △중국 11% 순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비중이 65%를 차지했다. 지난해 크세논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으로 집계됐던 49%와 비교하면 약 1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올해 1분기 네온의 총 수입량은 650만5,000달러(약 82억8,541만 원)였는데, 국가별 수입 비중은 중국 70%, 우크라이나 29%였다. 지난해 국가별 네온 수입 비중이 중국 67%, 우크라이나 23%였음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6%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계약 완료된 원자재 물량이 반입된 결과로, 양국의 의존도 상승은 '착시효과'라는 입장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3월 전쟁이 본격화했지만 그 이전에 계약된 물량이 국내에 들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산자부 관계자 역시 "현재는 우크라이나 물량이 들어오지 않고 있으며 중국, 미국 등 수입선 다변화로 향후 전체 러시아, 우크라이나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계약이 완료된 원자재라 할지라도 전쟁으로 인한 물류 환경 변화 등 각종 변수에 따라 국내 반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만큼,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 산자부 관계자도 "현재 전쟁 이전 계약된 러시아 원자재 일부가 수입되고 있지만 물류 환경 변화 등의 요인 때문에 실제 수입량은 추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전쟁 리스크'를 우려했다.

"수입선 다변화로 3개월치 재고 확보"

업계는 전쟁 장기화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반도체 원자재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3개월까지 갈 줄은 몰랐다"면서도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는 수입선 다변화가 쉽지 않지만 중국과 미국 등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자부는 크세논·네온·크립톤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해 '3개월치'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예측 불가능한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반도체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조 의원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반도체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는 산업 경쟁력 전체를 좌우할 요인"이라며 "1분기 일부 원자재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았진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업계가 수입선 다변화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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