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가 개시된 지 17시간 만에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추가로 받아본 뒤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부적격 의견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인사청문회가) 너무 늦게 끝나서 (민주당 의원들끼리) 얘기를 못 나눠봤다"면서도 "(중간 정회 때는) 부적격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청문회가 밤 늦게까지 이어지자, 차수 변경으로 날짜를 넘겨 10일 새벽 3시30분쯤까지 진행했다. 양당이 의사진행 발언으로 오전 질의시간을 다 쓴 데다, 증인 신문과 보충질의가 이어진 탓이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종료와 함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을 민주당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워낙 자료 제출도 제대로 돼 있지 않고, 또 특히 저희 당 의원님들 중에 몇몇 분들은 한동훈 후보자의 '야반도주 발언' 등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을 세게 하셔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못 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추진에 대해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비판해 민주당의 거센 비난을 샀다.
다만, 전날 청문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자료 착오로 잘못된 질의를 한 데 대해 박 의원은 "몇몇 의원 분들이 자료를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좀 오류가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한 후보자 측이) 거의 대부분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심지어는 학적도 전혀 제공이 되지 않는 어두운 상황에서 더듬어 나가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 등 자녀 스펙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입시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한 후보자 주장에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밝혔다. 박 의원은 "일부 사적인 회사에서 주최하는 시상식 같은 데서 (딸이) 상을 받은 케이스가 있다. 그 케이스의 경우 일부 의원들이 '업무 방해 아니겠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좀더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여야 신청으로 나온 증인들로 '여야 대리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쪽 증인으로 나온 박영진 전 대검찰청 형사1과장(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는 한 후보자를 불기소 처분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해당 사건을 계속 수사하라는 지휘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한 후보자에 대한 감찰을 주도했던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책상에 다리를 얹고 스마트폰 하면서 제 보고서를 좌측 구석에 놓고 가라고 했다"면서 당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감찰을 무마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굉장히 각별하게 여기는 한동훈 후보자를 어떤 식으로 보호하려고 했는가 이런 취지의 이야기들이 계속 나왔다"면서 "저희로선 그 당시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당시 어떤 대검의 분위기, 대검의 상황 이런 것을 들을 수 있었고, 한동수 감찰부장 이야기로 그 당시 여러 가지 분위기들을 훨씬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평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신상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추가로 받아본 뒤 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한동훈 후보자의 여러 의혹을 규명하고 싶으면 사실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자료 제출이 안 돼서 그것들을 강하게 요구하게 된 것"이라면서 "너무나 자료 제출이 안 돼 있었고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도 거의 한줄짜리 답변이 많았다. 청문회장에서의 답변도 질문을 약간 회피하는 게 많았다"고 지적했다.